한국일보

‘투지’라는 엔돌핀

2009-03-2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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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질 듯 말 듯 하면서 강한 투지로 결승전까지 오른 한국 야구팀에 찬사가 모아진다. 숙적인 일본과 무려 5 번이라는 지겨운 접전 끝에 연장전까지 간 그 투혼에 교민 모두 박수를 보낸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불경기로 침체된 분위기가 야구 경기로 인해 또 다른 희망과 하나로 뭉쳐지는 단결심을 갖게 했다.


본국에서 공수된 화려한 응원 도구가 다저스 구장을 파란색으로 화려하게 물들였다.

미국 아나운서들도 따라 한 대한민국이란 단어에 갑자기 전율이 인다.
본인도 알지 못한 어딘가에 숨어 있던 애국심은 아니더라도 그 구호에는 우리 모두 한마음이 된다.

이 날 만큼은 이런저런 시련 접고 경기에만 몰두해 본다.

개개인으로 볼 때보다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더 화려하고 멋져 보인다.
결과보다는 최선을 다하면 된다지만 스포츠의 세계는 냉정하다.

일등에게 쏟아지는 그 화려한 스폿 라이트를 우리는 잊지 못한다.

젊은 투지로 어렵게 끌고 간 9회 말 극적인 동점에서 승리까지 끌고 가지 못한 아쉬움이 여기저기서 맴돈다.

야구 게임은 9회 말부터라고 했듯이 우리 경제도 지금 내리막으로 가고 있는 불경기 지수에도 좌절 않고 버티는 투지가 절대 필요하다.


최근 숏세일이며 차압을 당해 이참에 아예 한국으로 되돌아 간 가족들도 적지 않다.

렌트 비도 만만치 않은 미국에서 다달이 들어가는 생활비 감당이 어렵기 때문이다.

수 십년 정들여 살다가도 문득 이방인이란 생각이 슬며시 들 때가 많다. 하물며 열심히 살아 왔는데 때론 운이 따라주지 않아 원치 않는 상황이 될 때의 절망감을 극복하려면 나만의 투지가 필요하다.

종료 휘슬이 불기 전까지 계속 이어져야 하는 게임처럼 끝까지 꺾이지 않는 신념을 갖고 버텨야 한다.

소유도 해 보고 날려도 보면서 두 손에 지닌 게 대단한 것이 아니고 통장에 넣어 둔 잔고에 고삐 늦추는 안일함이 점점 없어지는 게 다행이란 주변 사람들이 많이 늘어났다.

잃은 게 있으면 그만큼 상대적으로 얻어지는 게 있다는 게 요즘 현실이 아닐까?

서브프라임 사건으로 부의 평정이 일어난 듯하다.

투자가 컸던 만큼 손실이 많았고 투자하지 못해 손해가 적었던 공평함에 누구든 훌훌 털고 새롭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관건만이 우리 앞에 남았다.

투자에 날려버린 경험이 있기에 다시 침착하게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에 웃을 수 있기 위해 ‘투지’라는 엔돌핀을 유지해 희망이란 날개를 달아야 한다.

이보다 더 한 이민초기도 있었는데 단지 낮아진 크레딧 점수와 빠듯한 은행잔고에 낙심하지 않았으면 한다.

쉽게 포기하지 않았던 ‘대한민국’팀에 또 한 번 박수를 보내며 덕분에 우리나라를 열심히 응원하는 이 땅의 2세들에게 투지라는 강한 선물이 돌아간 것에 깊은 감사를 느낀다.

대한민국 짝짝짝!


(562)304-3993 카니 정/콜드웰뱅커 베스트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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