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병이어의 기적

2009-03-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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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박 집사를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이런 곳에 한인이 살고 있고, 또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잘 믿어지지 않았다.

아직 40대 초반인 박 집사 부부가 살고 있는 곳은 콜로라도 덴버에서 북쪽으로 약 1시간 정도 떨어진 그릴리라는 조그마한 촌 동네다. 원래는 낙농업이 위주였던 곳이라 시 입구에 들어서면 소 분뇨 냄새가 차안으로 솔솔 스며든다. 그런데 이런 촌 동내에도 큰 샤핑몰이 생기면서 박 집사는 4년 전쯤 이곳에 여자 구두와 액세서리 전문 가게를 오픈했다.

LA 다운타운을 오가면서 눈에 띄는 상품들을 주문해서 콜로라도 촌 동네에 풀어놓으면 아주 날개 돋친 듯이 물건들이 팔려나가는 바람에 가게는 단시간 안정됐고, 샤핑몰 안에서 박 집사는 가장 장사 잘하는 사람으로 소문이 났다.


가게가 안정되면서 박 집사 내외가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선교헌금을 드리는 일이었다. 박 집사 내외는 지난 6년 전쯤 콜로라도로 이주하기 얼마 전 LA 소재 주님의영광교회에 출석하면서 주님을 영접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는 이들 부부의 마음 가운데 세계 선교의 뜨거운 열정을 심어주셨다. 처음에는 그저 몇몇 선교사님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기 시작한 일이었는데 3년이 지난 지금 박 집사 부부는 22개 선교지에 34명의 선교사를 개인적으로 후원하고 있다. 적게는 월 400달러부터 많게는 2,000달러까지 후원하는 선교지도 있다. 박 집사 부부가 ‘오병이어 선교회’라는 이름으로 보내는 선교헌금은 매달 1만달러가 넘는다. 콜로라도 그릴리 같은 시골구석에서 한인이 장사하고 있는 것도 놀라운데 이렇게 장사해서 번 돈의 대부분을 선교를 위해 아낌없이 퍼붓고 있으니 신기하기만 하다.

오늘 아침에는 유난히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눈 덮인 로키산맥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박 집사 부부 생각이 나서 전화를 했다. “집사님, 요즘 다들 불경기라고 난리들인데 집사님은 좀 어때요?”

그런데 박 집사는 완전히 동문서답이었다. “목사님, 오늘부터 5월 선교비를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선교비가 졸지에 끊어져서 재정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 달 먼저 선교비를 보내 드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기도 많이 해 주세요.”

박 집사의 안중에는 불경기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물론 박 집사의 가게도 불경기 여파로 매상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불경기라는 현실 때문에 선교지를 향한 기도와 믿음이 흔들리는 일은 없었던 것이다.

천국을 향한 불타는 열망과 간절한 소망은 현실의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그리고 쉽게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현실적으로 가능케 하는 힘이기도 하다. 천국에는 불경기가 없다. 이 땅에 살면서 미리 천국을 소유하는 비결은 어려울 때 일수록 더욱 열심을 내어서 가진 것을 나눠주는 일이다. 오병이어의 기적은 주변 환경이 풍족하지 않을 때 일어나는 기적이다. 그래서 불경기는 오병이어의 기적을 맛볼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기도 하다.

baekstephen@yahoo.com 백승환/(목사·예찬출판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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