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의 가장자리’ (The Edge of Love)

2009-03-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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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얽히고 설킨 ‘애정과 갈등’

‘사랑의 가장자리’ (The Edge of Love)

베라(왼쪽)는 첫사랑 딜란에 대한 미련을 못버린다.

★★★(5개 만점)


전쟁시기 영국 두쌍의 남녀 멜로물


영국의 시인 딜란 토마스가 개입된 전쟁을 배경으로 한 두 쌍 젊은 남녀의 사랑과 우정, 그리움과 고뇌 그리고 이별과 화해를 그린 문학적 전기 시대극으로 볼만은 하나 영혼과 감정적 깊이가 충분히 개발되지는 못했다.


개성이 강하고 정열적인 두 쌍의 감정적 충돌이 치열하고 격정적이라기보다 피상적으로 묘사돼 좋은 내용이 가슴 속까지 헤집고 들어오질 못한다. 따라서 예술적인 영화로서도 또 통상적인 멜로드라마로서도 성공하지를 못했다. 이런 이유 중 하나는 주요 인물을 맡은 배우들 중 딜란의 아내로 나오는 시에나 밀러를 제외한 나머지 배우들의 연기가 평범한 데에도 있다.

1940년. 나치의 런던 공습이 치열해질 때. 전쟁에 시달리는 시민들을 위해 라디오를 통해 자기 시를 낭송하는 딜란(매튜 라이스)은 우연히 펍에서 어릴 때 고향 웨일스에서 함께 자라 사랑을 나눴던 아름다운 베라(키라 나이틀리)를 만난다. 지하 방공터널에서 대피한 사람들에게 노래를 부르며 돈을 버는 베라는 아직도 자기 첫 사랑인 딜란에 대한 애정을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딜란은 정열적이요 저돌적 성격의 역시 아름다운 케이틀린(밀러)의 남편. 딜란과 아내는 모두 술과 섹스를 즐기는데 서로들 다투듯이 혼외정사를 한다. 묘한 것은 연적이라고 할 수 있는 베라와 케이틀린이 서로에게서 자신이 못 가진 것을 찾으면서 친구가 되는 점. 베라는 딜란 부부가 사는 방으로 거처를 옮긴 뒤 투명한 커튼 하나로 방을 가르고 함께 산다. 그들의 관계가 마치 한 남자를 둔 두 여인의 그 것처럼 보인다.

한편 베라는 육군대위 윌리엄(실리안 머피)의 구애를 받으나 처음에는 이를 거절한다. 그러나 둘은 처참한 폭격에서 함께 살아남으면서 급격히 가까워져 마침내 결혼을 한다. 그리고 곧 이어 윌리엄은 그리스 전투에 투입된다.

여기서 영화는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각기 어린 아들들이 있는 베라와 케이틀린과 딜란은 함께 웨일스로 거처를 옮긴다. 베라는 윌리엄을 그리워하고 딜란과 케이틀린은 각기 술 마시고 바람 피우고 서로 싸우고 아이들은 울고 바람이 불고 비가 온다.

그리고 딜란은 베라를 유혹하는데 영화에서 애매한 점이 과연 정말로 베라가 아직도 딜란을 사랑하고 있느냐 하는 것. 이들의 후방생활과 함께 윌리엄의 전선에서의 모습이 교차로 그려진다.

전쟁에서 충격을 받아 조기 제대한 윌리엄이 귀가하면서 해묵은 감정들이 고개를 들고 질투와 의심과 폭력이 일어난다. 정신상태가 불안한 윌리엄이 베라와 딜란의 관계를 의심하면서 급기야 총격사건이 벌어지고 이로 인해 영화 후반부는 법정 드라마라는 얄궂은 모양을 갖춘다. 그리고 싱겁게 일이 잘 해결되면서 베라와 윌리엄은 마침내 화해를 하고 베라는 자기는 윌리엄을 사랑한다고 강조하지만 그것 역시 설득력이 없다.

이 영화는 두 여인의 자기들의 남자에 대한 관계의 영화이기도 하나 그보다 더 강조되고 있는 것이 베라와 케이틀린의 우정. 그러나 이 관계도 충분히 개발되지를 못했는데 모든 것이 반숙된 영화다. 촬영과 음악이 좋다. 성인용 영국 영화. 19일까지 뉴아트 극장(310-281-8223).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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