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참을 수 없는 유혹 ‘웰빙 브레드’ 로 즐기자

2009-03-1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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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 시대를 사는 요즘, 가장 서러운 이들은 ‘빵순이’들이 아닐까.
살찌는 주범으로 탄수화물이 눈총 받은 지는 이미 오래 전 일이고 같은 탄수화물 덩어리인데도 빵이 밥보다 칼로리가 높아 다이어트를 하는 이들의 ‘공공의 적’이 돼 미운 털까지 박혔다. 그래서 빵을 먹더라도 텁텁한 보리 빵이나 곡물 빵 등을 ‘먹어줘야’ 어쩐지 이 웰빙 시대에 걸맞는 ‘트렌드 녀(女)’처럼 보이는 시대에 이른 것이다.
그러나, 아는가. 이제 갓 구워 나온 식빵의 그 아찔하면서도 보드라운 속살의 감촉을, 이제 막 오븐에 들어가 달짝지근한 내음 진동시키며 제 살을 부풀리는 페이스트리의 섹시한 자태를, 버터 듬뿍 넣고 바삭하게 제대로 살 오른 따끈한 소보로 빵의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을. 어디 그뿐인가. 다른 것 필요 없이 아무도 밟지 않은 설원을 연상시키는 순백의 생크림이 아찔하게 발려진 시폰 케익의 위력은 또 어떤지. 그래서 ‘꽃보다 남자’가 아닌 ‘밥보다 빵’을 외치는 ‘빵순이’들에겐 웰빙 시대 아니라 웰빙 할아버지 시대라 해도 이 빵에 대한 질기고 질긴 인연을 끊기란 오래된 연인과의 이별선언보다 더 힘들다. 아니 눈물겹기까지 하다. 그리하여 빵 중독이다. 끊으려고 작정하면 오히려 더 심각한 금단 현상으로 폭식으로 이르게 할 수 있는 탄수화물은 차라리 평소에 건강한 조리법으로 만들어진 빵을 조금씩 먹는 게 좋다는 것이 다이어트 전문가들의 의견. 웰빙 브레드라 하면 맛이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하얀 밀가루 빵보다 훨씬 맛있으면서 칼로리도 낮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는 웰빙 브레드를 가주 제빵학교 이효상 원장이 귀띔한다.


■이효상 원장이 제안하는 베이킹 노하우
 

◇저울을 구입하라=예쁜 쿠키 커터보다도 전문가용 베이킹 도구보다도 초보자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그램을 단위로 쓰는 저울이다. 왜냐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서피들은 파운드나 컵 단위보다는 그램을 기본으로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섬세하게 그램으로 계량된 레서피가 맛있는 빵을 탄생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맛있는 빵을 만들고 싶은 이들이라면 계량 저울 구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시간·온도·습도를 지켜라=빵 전문가들에게 잘 만드는 법을 물어보면 열이면 모두 이 세 가지를 레서피대로 정확히 지켜야 한다고 말한다. 베이킹은 예술이기도 하지만 과학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특히 빵을 굽기 전 오븐을 예열하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므로 잊어버릴 것 같으면 만들기 전 오븐을 예열시켜 놓도록 한다.

◇레서피 양을 정확히 지킨다=이 원장은 ‘사람은 밀가를 속여도 밀가루는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고 말할 만큼 정확한 계량을 하면 베이킹에 있어 실패란 없다고 강조한다. 훌륭한 레서피의 정량만을 지킨다면 초보자도 맛있는 베이킹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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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주 제빵학교 이효상 원장이 만든 영양만점에 맛도 그만인 웰빙 브레드들. 건강과 맛,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이 원장의 섬세한 레서피는 아이들 영양간식은 물론 아침 식사 대용으로도 좋다.


특별한 베이킹 재료 “다 있네”

이 원장이 운영하는 학교에 가면 클래스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바로 진귀한(?) 베이킹 재료들이다. 곡물 식빵에 들어가는 6가지 그레인이 포함된 크래프트 콘을 비롯, 찜케익에 필요한 강력 쌀가루, 베이킹용 녹차가루, 케익 토핑에 사용되는 과일 글레이즈 등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베이킹 재료들이 즐비하다.

또한 녹말가루를 이용해 만든 친환경 종이 컵케익, 케익 포장지, 전문가용 베이킹파우더 등 특별한 재료들이 구비돼 있다. 이외에도 벨기에, 프랑스, 일본 등 베이킹 종주국에서 날아온 다양한 제품들과 재료들도 엄선돼 있어 베이킹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들러 볼만하다.


●이효상 원장은


빵을 만들면서 딸에게 말하듯, 아내에게 말하듯 조분조분 밀가루 반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딱 빵 굽기에 미쳐 있는 이가 아닌가 싶을 정도다.

어느새 빵굽는 경력 27년 차에 이른 그지만 여전히 키친에서 빵 만드는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제 막 입문한 이들의 신기함이랄까, 의욕이랄까 하는 것이 여전히 넘쳐보이니 말이다. 여전히 새로운 빵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그간의 노하우를 가르치는 데 쏟는 이 원장은 할아버지 때부터 시작, 어느새 3대째 베이커리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할아버지의 천부적 아티스트적 재능과 아버지의 경영수완을 빼닮아 이미 서울에선 베이커리 12개를 성공적으로 경영할 만큼 유명세를 얻었다.

일본과자 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프랑스와 벨기에, 독일에서도 연수하는 등 끊임없이 배우는 실력파 파티셰인 그는 10년 전 도미, 리틀 도쿄 미수아 살롱 기술자문을 역임했으며 오랫동안 메뉴 개발과 베이커리 카페 창업 컨설팅을 해 와 이 분야에선 이미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또 한달 전 8가 길에 가주 제빵제과 학교를 개교하고 기초반을 비롯 창업반, 전문가 과정 등을 가르치고 있다. 문의 (213)351-0000

주소: 3068 W. 8th St., LA

글 이주현 ·사진 이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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