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나눔의 행복- The Best Things in The Worest Times

2009-03-1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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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중부 레스터셔 주에 있는 한 교구 교회 현관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습니다. ‘1653년 이 땅위의 모든 신성한 존재들이 파괴되고, 모독될 때, 로버트 셜리 경에 의해 이 교회는 세워졌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최선의 일을 하였고, 가장 비참한 지경에 처한 이들에게 희망을 주었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1653년 영국은 크롬웰 장군에 의한 청교도 혁명이 일시적 성공을 이루어 당시 왕이었던 찰스 1세는 시민들이 보는 앞에서 참수를 당하였으며, 왕정은 붕괴되고, 의회가 나라를 장악하는 사건이 있던 해입니다.


이후 수년 간 영국의 국교회는 수난과 핍박을 당하게 됩니다. 지금의 역사가들은 청교도 혁명을 프랑스 혁명과 어깨를 견줄 만한 역사적인 시민혁명의 하나로 평가하지만,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기존의 질서가 파괴되고, 인식의 흐름이 바뀌는 혼돈과 무질서의 상황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혼돈 속에서 로버트 셜리 경은 교회를 세웁니다. 비록 그의 이름 앞에는 “경(sir)”이라는 귀족 호칭이 붙여져 있지만, 사실 그의 신분은 당시 영국을 지배하고 있던 귀족 사회의 최하위 계급인 준남작(barronet)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는 그때까지 십중팔구 다른 백작, 또는 남작, 공작 등의 상위 귀족계층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고, 따돌림을 당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위기가 닥치고,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모든 사람들이 숨죽이고, 복지부동하고 있을 때, 그는 아무도 하지 않는 용기 있는 일을 계획합니다. 그것은 사재를 아낌없이 털어 교회를 세우는 일이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가장 비참 지경에 처해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일이라고 믿었고, 이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시기에 해야 하는 가장 최선의 일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교회는 450년이 지난 오늘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영혼의 안식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월드비전 국제본부 5대 총재를 지낸 그레엄 어바인 박사는 10년의 임기를 마치고, 월드비전을 떠나기 전에 자신의 회고록의 제목을 이 교회 현관의 문구에서 따 온 ‘The Best Things in the Worst Times’이라 붙였습니다. 그리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만일 여러분이 더 나은 세상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라면, 여러분이 이 땅 위에 하나님의 나라 건설을 위한 열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바로 이 책 제목이야말로 여러분에게 최선의 방법을 제시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사는 이 21세기는 1653년의 영국과는 다릅니다. 그러나 고통 속에 신음하고 있는 사람들은 지금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기근, 재난, 질병, 에이즈, 전쟁 등의 다양한 이유들로 인해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절망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신음하고 있습니다.

비록 우리가 경제위기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 어려움 속에서 우리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은 그렇게 거창한 일이 아닙니다. 내가 가진 아주 작은 일부를 나누는 것으로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박준서(월드비전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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