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영구한 순간들’(Everlasting Moments)

2009-03-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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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메라에 영혼과 자연을 담아…

‘영구한 순간들’(Everlasting Moments)

가족 피크닉에서 시게가 아내 마리아를 번쩍 들어올리고 있다.

★★★★½(5개 만점)


여인의 자기발견과 남편과의 관계 그린 드라마


각박한 환경에서 사는 여인이 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아름다움을 관찰할 수 있는 타고난 재질을 발휘, 인물들과 사물들의 안팎의 미를 포착하면서 자신과 세상과 인생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깨닫게 되는 지극히 예술적이요 눈부시게 아름답고 숭고한 작품이다. 스웨덴의 명장 얀 트롤이 각본을 쓰고 촬영하고 또 연출한 사실적이면서도 섬세하고 또 서정적이며 통찰력 있는 보석과도 같은 영화로 감독의 친척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특히 이 영화는 제목과 내용에 부합하는 자연광을 이용한 촬영이 시각을 몽롱하게 하는 마력과 힘을 지녔는데 장면 장면이 한 폭의 인물과 자연 사진이라고 해도 되겠다. 한 여인의 뒤늦은 자기 발견과 남편과의 관계를 그린 소품 가족 드라마이면서 배경으로 20세기 초의 변화하는 정치·사회 및 문화적 현상을 다루고 있다. 두 주연 배우의 연기도 뛰어난 필견의 작품이다.

1907년 스웨덴의 한 작은 도시. 얘기가 한 여자의 관점에서 펼쳐지는 영화의 주인공은 충실한 가정주부인 마리아 라손(칼린 하이스카넨). 마리아는 덩지가 큰 부두 노동자이자 술꾼이요 난봉꾼인 남편 시게(미카엘 페르스브란트)에게 폭력을 당하면서도 남편을 떠나지 못한다. 아이가 일곱이나 되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이겠지만 그보다는 자기를 사랑하는 남편을 자기도 사랑하기 때문이다(내레이션 하는 큰 딸이 마지막 장면에서 이 사랑을 확인해 준다).

부두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면서 생계가 막연해진 마리아는 오래 전에 경품으로 탔으나 한 번도 쓰지 않은 카메라를 카메라 가게에 팔러 간다. 그러나 친절한 늦 중년의 사진사 세바스티안(예스퍼 크리스튼슨)은 마리아에게 카메라를 팔지 말고 사진을 찍으라면서 기초 촬영법을 가르쳐 준다.

이 때부터 마리아는 자신의 타고난 미를 포착할 수 있는 능력을 동원해 아름답고 영혼이 스며든 인물과 자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이로 인해 마리아와 세바스티안은 자주 접촉을 하게 되는데 세바스티안은 마리아를 사랑하면서도 이를 표현하지 않는다. 그러나 마리아는 사진촬영에서 기쁨을 얻으면서도 생활이 바빠 이를 제대로 못한다.

1차 대전이 나자 시게는 징집되고 마리아는 가정을 돌보면서 인물 사진과 크리스마스 사진 그리고 장례식 사진을 찍어 돈을 번다. 그리고 군중 속에서 정책회의 차 모인 스칸디나비아 3개국 왕들의 사진까지 찍는데 이런 마리아의 모습을 세바스티안은 자기가 찍는 뉴스필름에 담는다.

전쟁이 끝나고 시게가 귀가하는데 그는 마리아의 사진촬영에 반대하면서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 징역을 살게 된다. 시게가 출옥하는 날 마리아가 교도소 앞에서 그를 맞는다. 마지막은 시작부터 10년이 지난 뒤 대가족을 이룬 마리아의 온 가족이 모인 피크닉 때 시게가 마리아를 두 팔로 들어 올리면서 둘이 활짝 웃는 모습으로 장식된다.

평범하게 생긴 하이스카넨의 조용하고 티를 내지 않으면서도 안으로 강한 힘을 지닌 연기와 우직하나 근본적으로는 악하지 못한 세기 역의 페르스브란트의 우람차고 힘 있으면서 아울러 아이처럼 순진한 연기가 훌륭하다. IFC. 일부지역.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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