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현장에서- 평화속 전쟁인 부동산시장

2009-03-05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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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서 인기 있는 TV 오락 프로그램 중에 ‘스친소’라는 일종의 남녀 짝짓기 프로그램이 있다. 그런데 흔히 말하는 킹카들과 퀸카들이 많이 나오는 날이면 사회자는 “오늘은 전쟁이다”라고 외친다. 그만큼 그 날은 서로 멋진 사람을 얻기 위해 출연자들끼리 전쟁 같은 치열한 경쟁을 하기 때문이다.

최근 3~4주 동안 이곳 남가주의 부동산시장을 돌아볼 때 지역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많은 에이전트들이 하는 말이 있다. 요즘 딜을 성사시키기가 마치 전쟁과 같다고, 물론 개전에서 승리했다고 마지막까지 안심할 수는 없다. 융자조건이 계속해서 엄격해 지고 있고 이자율 또한 변동이 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경쟁을 물리치고 일단 에스크로를 오픈 하면 마치 전쟁에서 승리한 것처럼 기쁘다. 그만큼 현재의 마켓이 예상 외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분들이 여기까지 읽으시고 현재의 마켓이 뭐가 뜨겁고 전쟁이란 말이야 하고 의아해 하실지 모르지만 지금 주택을 구입하려고 샤핑을 하고 계시거나 오퍼를 한 번이라도 넣으신 분들은 무슨 말인지 금방 알 수 있으리라 본다. 물론 전체 부동산 시장은 싸늘한 바람이 몰아치는 동토의 왕국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또한 언제쯤 따듯한 봄이 올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 채 그저 한동안 이 추운 겨울이 계속되리라는 것은 너무나 많은 언론매체를 통해서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리고 많은 데이터들 역시 올 부동산 시장도 가격이 적게는 10%, 많게는 15%의 추가 하락을 예상하고 있고 업계도 어느 정도 동의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누구나 주택가격 하락과 거래 감소를 예상하지만 현재의 마켓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뭔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은 여러 차례 필자뿐 아니라 많은 분들이 언급했듯이 지금은 가격적으로 일반 매물에 비해 10~15% 이상 떨어져 있어 가격 경쟁력이 충분히 있는 은행 물건이나 승인된 숏세일 매물들을 구입하려 하기 때문에 전체 마켓 흐름과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 현재 바이어가 3명이라면 매물은 10개 정도이다. 즉 전형적인 바이어의 마켓 형태를 보여주고 있는데 문제는 이 3명의 바이어가 10개의 매물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저가 매수를 할 수 있는 10개에 하나 있을까 한 은행차압매물이나 승인된 숏세일 매물을 사려고 한다는 것이다. 즉 집은 하나인데 적어도 3명의 바이어가 사려고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즉 언론 보도나 경제 데이터를 보면 현 부동산마켓이 호수 위에 떠 있는 오리같이 평온하고 움직임이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동산마켓 한편에서는 쉬지 않고 발을 움직이는 물속의 오리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컨퍼밍 융자(융자 금액이 41만7,000달러 아래) 한도에서 살 수 있는 50만달러 아래의 주택들에 대한 경쟁은 적어도 3대1 많으면 40~50대1의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마켓이 성수기로 접어들기 시작하는 계절과 맞물려 은행 물건의 공급이 갑자기 줄어든 2월 초부터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2008년 여름에도 발생했지만 지금처럼 심하지는 않았다. 한 가지 이처럼 뜨거운 열기 속에 주택구입을 희망하는 바이어가 주의해야 할 점은 은행이 차압하여 보유하고 있는 매물은 많은데 일부러 일정기간 마켓에 공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은행들마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처럼 바이어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면 은행이 많은 양의 매물을 푼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정도의 마켓이 되어가고 있다고 본다.

물론 앞으로의 부동산마켓의 성패도 실업률의 감소와 침체된 경기의 활성화가 얼마나 빠르게 이루어지고 은행들이 융자조건을 어느 정도 완화시키는가에 달려 있지만, 이와는 별도로 부동산마켓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연방정부와 주 정부의 세금 크레딧을 비롯한 많은 지원과 노력, 지속적인 낮은 모기지 이자율이 현 동토의 왕국에 따뜻한 바람을 계속해서 공급하고 있어 우리가 예상하는 시점보다 어쩌면 더 빠르게 우리가 원하는 봄이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에릭 민


(818)357-7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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