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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칼럼/ 주택구제조치는 빛좋은 개살구?

2009-02-28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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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성 파인리지 모기지

주택시장의 안정을 위해 새롭게 시행되어질 연방정부의 주택 구제 방안(Homeowner Affordability and Stability Plan)은 크게 두 가지 조치로 이루어진다. 첫째는 국책모기지회사인 페니매와 프레디맥이 매입 또는 보증하는 모기지와 관련하여 그동안 적용해 온 ‘80% 융자비율’이라는 제한을 105%까지 확대함으로써 그동안 주택 가격의 하락에 따라 재융자를 할 수 없게 되었던 사람들을 구제시켜 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에 따라 실제적으로 어떤 혜택이 주어지게 될까? 주택가격이 48만달러에서 40만달러로 하락한 경우 모기지 잔액이 38만달러라고 한다면 융자비율(주택가격대비 모기지부채 비율)은 95%로 늘어나게 되어 지금까지는 재융자를 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번 조치에 따라 재융자가 가능하게 되었는데 만일 이를 통하여 이자율을 6.500%에서 5.125%로 낮출 수 있게 된다면 월 333달러(연 3,994달러)를 절약하는 혜택을 입게 된다.
주택 구제 방안의 두번째 조치는 융자 은행들에게 모기지 채무 재조정(Mortgage Modification)과 관련해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모기지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상환 부담을 경감시켜주는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에 참여하는 융자은행은 우선적으로 월 페이먼트를 소득의 38%까지 낮추어줄 경우 연방정부가 이를 소득의 31%까지 추가로 낮추어 주게 된다.
이와 같은 조치를 통하여 향후 5년 동안 낮은 이자율이 적용되어지게 되며 이에 따라 월페이먼트도 줄어들게 되는데 모기지 금액이 22만달러인 경우 월 406달러(연 4,870달러)가 줄어드는 혜택을 입게 될 것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주택 구제 조치가 발표되자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애당초 주택을 감당할 여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주택을 장만한 사람들이나 주택을 마치 캐쉬 머신처럼 무책임하게 돈을 빌려 쓴 사람들을 단순히 갚을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구제시켜준다는 자체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되었다는 주장이 바로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주택 구제 조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호락호락하게 아무에게나 혜택이 주어질 것 같지는 않다. 우선적으로 이번 구제조치에는 투자용 부동산은 제외되어 있으며 반드시 소득검증을 거쳐야 하며 이와 더불어 일정한 수준의 소득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채무재조정의 혜택이 주어지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예를 들어 모기지 부채는 40만달러인데 연소득은 4만달러 수준인 경우 채무 재조정을 통하여 낮은 이자율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주택 구제 플랜에 따르면 우선적으로 융자은행이 월페이먼트를 소득의 38% 수준이 될 수 있도록 이자율을 낮추어 주어야 한다. 연소득이 4만달러라고 한다면 모기지 상환액은 1,267달러정도가 되어야 하는데 40만달러 모기지의 월상환액이 1,276달러수준이 되려면 모기지 이자율은 과연 몇 퍼센트 정도이어야 할까? 만일 이자율을 2%로 낮출 경우 융자 기간을 30년 기준으로 할 때 월 페이먼트는 1,478달러가 된다. 이는 이자율이 2%로 낮아지더라도 월 페이먼트는 소득의 38%에 해당하는 금액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채무재조정시 요구되는 기본적인 요건을 충족시키기 못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만일 이자율을 2%로 낮추고 융자기간을 40년으로 늘리면 월 페이먼트는 1,211달러로 줄어들게 되어 소득의 38%에 해당하는 1,267달러이내로 들어오게 된다. 만일 이처럼 월 페이먼트가 소득의 38%수준으로 줄어들게 될 경우 연방정부가 월 페이먼트를 소득의 31% 수준인 월 1,033달러로 낮추어주게 된다.그러나 문제는 이와 같은 채무재조정이 제공되어질 가능성은 거의 희박하다는 것이다. 즉 어떤 융자은행도 모기지이자율을 2%로 낮추어주고 융자기간도 40년으로 늘려 주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경우 융자은행은 ‘현가(Net Present Value)’ 테스트를 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하여 모기지 채무 재조정에 따른 손실이 주택압류를 하였을 때 발생하는 손실보다 많을 경우 채무 재조정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주택 구제 플랜에 따른 채무 재조정의 혜택을 받고자 한다면 어느 정도 소득이 뒷받침되어야지 무조건 소득이 적어 모기지 상환을 할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구제조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의 소득수준이 되어야 할까? 아마도 4.5%-5%정도의 이자율을 기준으로 한 월 페이먼트가 소득의 38%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만일 모기지 융자 금액이 40만달러일 경우 월 페이먼트는 2,027-2,147달러정도가 되는데 이를 38%로 역산하게 되면 연소득은 6만4,000달러에서 6만8,000달러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한다. 주택구제조치가 겉보기에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공짜혜택처럼 생각되지만 경우에 따라서 빚 좋은 개살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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