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장-폴 벨몽도 스크린 ‘컴백’

2009-02-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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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년전 뇌일혈… 목발 거동 한쪽 몸 못가누는 채로 출연


‘남자와 그의 개’ 지난달 개봉
“희망주는 역작”“활기없는 멜로”
관객·비평가들의 반응 엇갈려


프랑스 영화계 뉴웨이브의 효시작인 장-뤽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Breathless)와 수많은 갱영화 및 액션영화에 나온 부러진 코와 악동의 미소를 지닌 장-폴 벨몽도(75)가 지난 2001년 뇌일혈로 쓰러진 뒤 8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벨몽도는 지난 2001년 코르시카에서 휴가를 즐기던 중 뇌일혈을 일으켜 몸의 우측이 완전히 마비되고 6개월간 전혀 말을 하지 못했었다. 그는 그 후 강인한 의지와 젊었을 때 축구와 권투로 단련한 기초 체력을 바탕으로 한 물리치료 덕분에 지금은 많이 호전된 상태라고 최근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걸을 때는 목발에 의지해야 하며 움직일 때는 상반신이 왼쪽으로 기울고 또 오른 팔은 완전히 쓰지를 못한다. 그리고 말도 짧게 하거나 발음이 불분명한 상태다.

이런 벨몽도가 은막에 복귀한 영화는 프랑스에서 지난 1월 개봉된 ‘남자와 그의 개’(A Man and His Dog). 그는 신체 부자유한 노인인 자기 모습 그대로 나온다는 조건 하에 출연했다. 벨몽도는 모든 사람들에게 모범을 보여주려고 출연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의 명장인 비토리오 데 시카가 1952년에 만든 ‘움베르토 D’의 리메이크다. 은퇴한 노인이 살던 집에서 애견과 함께 쫓겨난 뒤 홈리스 생활을 하는 감상적인 얘기로 원작에서는 노인이 집 주인으로부터 쫓겨나지만 벨몽도는 자신의 전 애인에 의해 쫓겨난다.

그러나 영화는 관객과 비평가들로부터 미지근한 반응을 받았다. 개봉 첫 주 입장객 수는 10만명에 불과했다. 이런 반응은 관객들이 벨몽도를 날렵하고 장난기 심한 액션과 모험의 사나이로 기억하고자 하는 팬들의 욕망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벨몽도의 쓰러지기 전 마지막 영화 ‘아마존’에서 공연한 여우 아리엘 동바슬도 “장-폴은 항상 강건한 모험가요 신체 단단한 짐승이었다”면서 “그를 개를 사랑하는 노인 모습으로 본다는 것은 참으로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비평가들도 거의 모두 혹평을 했다. 일간지 르 마탱은 “볼썽사납고 활기 없는 멜로드라마다. 관객들에게 동정을 강요하는 이런 영화는 보이콧해야 한다”고 평했다.

그러나 벨몽도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 영화를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켜 주는 역작이라고 옹호한다. 그의 컴백은 희망의 메시지라는 것이다. 그의 지지자들은 “벨몽도의 컴백은 프랑스 영화사에 있어 하나의 진기한 현상”이라면서 “영화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그의 컴백은 프랑스와 프랑스인들이 치하할 일이다”고 말했다.

벨몽도는 ‘미시시피 인어’와 ‘볼사리노’ 및 ‘리오에서 온 사나이’ 등 지금까지 총 80여편의 영화에 나왔고 그의 상대역인 여배우들로는 카트린 드뇌브, 지나 롤로브리지다, 클라우디아 카르디날레, 소피아 로렌, 라켈 웰치 및 어슐라 안드레스와 같은 미녀들이 있다.

벨몽도는 뇌일혈로 쓰러진 다음 해인 2002년에 전직 TV 쇼 댄서로 자신의 오랜 애인인 나탈리 타르디벨과 결혼, 이듬해 딸 스텔라를 낳았으나 지난해에 이혼했다. 그의 새 애인은 자판기 회사 사장이자 벨기에에 나이트클럽을 여러 개 소유한 검은 머리의 이탈리안 바바라 간돌피(33). 둘은 첫 눈에 서로 반해 한 쌍이 되었다고.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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