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국경을 넘어’ (Crossing Over)

2009-02-2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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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메리칸 드림은 어디에

‘국경을 넘어’ (Crossing Over)

맥스(해리슨 포드)가 멕시칸 불체자를 체포하고 있다.

★★★(5개 만점)


한인 등 이민자 삶의 단편들 모아


제목이 말하듯이 이 영화는 보다 나은 삶을 찾아 미국에 온 이민자들의 삶을 여러 편의 단편을 모자이크 하듯 짜 맞춘 드라마다. 한국, 멕시코, 이란 그리고 영국과 호주 등 세계 도처에서 합법 또는 불법적으로 미국에 건너온 다양한 사람들의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고자 하는 얘기를 통속적인 멜로 드라마식으로 묘사했다.


해리슨 포드를 비롯한 앙상블 캐스트와 작품 구조 또 LA라는 장소와 사회적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오스카상을 받은 ‘크래시’와 당연히 비교가 되는데 흥미 있는 영화이긴 하지만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작위적으로 무리를 한데다가 우연히 많아 사실적인 내용인데도 짙은 실감이 안 난다.

서브플롯으로 세탁소를 하는 한국인 부부와 그들의 두 아들 얘기가 있는데 판에 박은 묘사다. 특히 장남 용(저스틴 전)이 코리안 갱들에 끌려들어 코리아타운에 있는 리커스토어를 강도질 하는 장면은 만화적이다. 왜 코리아타운을 묘사할 때마다 꼭 이렇게 갱들의 무법천지로 그리는지 보면서도 기분이 아주 안 좋다. 여기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민문제를 다루면서 그 내용을 갱과 매춘과 미국의 테러에 대한 과대망상과 같은 진부한 요소들로 채워 참신함이 부족하다.

영화는 처음에 이민세관국 직원 맥스(포드)가 봉제공장을 덮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인도주의자인 그는 여기서 어린 아들을 둔 젊은 멕시코 여자를 체포하면서 이 여자의 아들을 자기가 돌보기로 결심한다.

맥스의 파트너는 이란 혁명 때 미국으로 건너온 부자 사업가 아버지를 둔 하미드. 전통을 고수하는 이 집안은 반항적인 딸 자라가 자기 직장 주인인 인쇄업을 하는 유부남과 정사를 나누면서 이로 인해 비극적 사건이 일어난다.

영국인 청년 개빈은 가수 지망생이요 그의 호주인 애인 클레어는 배우 지망생. 그런데 둘 다 불체자다. 둘은 모두 영주권을 받는 것이 목표인데 클레어는 이를 위해 접촉사고로 알게 된 이민국 영주권 발급 담당직원 코울(레이 리오타)에게 두 달간 자기 몸을 제공한다. 그리고 유대인인 개빈은 가짜 종교직으로 영주권을 얻으려고 하는데 그가 목적을 이루는 방법이 재미있긴 하나 터무니없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불체자 가족의 장녀로 고교생인 타슬리마는 수업시간 발표에서 9.11 테러를 동정적으로 서술해 FBI의 조사를 받는다. 이 문제를 담당한 이민전문 여변호사가 코울의 아내인 드니스(애슐리 저드). 그리고 자라의 유부남 애인은 클레어에게 가짜 영주권을 마련해 주기로 하면서 작중 인물들이 서로 연결되는데 그 연결 방식이 미리 점들을 찍어 놓고 선을 그어 이어가듯 한다.

이들 중 일부는 미국에서 잘 살게 되고 다른 일부는 추방되는데 클라이맥스는 LA 다운타운 컨벤션 센터에서 거행되는 시민권자 선서식으로 장식된다. 이민문제를 상당히 광범위하게 다뤘지만 전체적으로 에피소드식이요 깊이는 모자란다.

그러나 이민자들인 한국 사람들에겐 흥미 있을 영화다. 가라앉은 연기를 하는 포드를 비롯해 배우들의 연기는 괜찮다. 웨인 크레이머 감독. R. Weinstein. 아크라이트(323-464-4226), 랜드마크(310-281-8233), 셔먼옥스 아크라이트(818-501-0753).

박흥진의 영화 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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