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전희택 박사의 건강한 삶- 줄기세포와 불치병

2009-02-24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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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stem cell) 연구가 인류사회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은 무궁할 수 있다. 1963년 혈액세포에서 줄기세포를 처음으로 발견한 후 골수이식 수술로 임파선암, 백혈병 등을 제거할 수 있었듯이 태아 줄기세포의 치료 가능성은 불치의 병으로 간주되고 있는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척추마비, 다발성 신경경화증 등 무궁무진하다.

왜냐하면 줄기세포란 정자와 난자가 수정되고 3~4일 됐을 때의 분화가 전혀 안된 원형상태의 세포로서 궁극적으로 심장, 뇌, 근육, 척추 그 어느 조직으로도 발육될 수 있는 그야말로 가능성이 무한한 단계의 세포인 것이다. 그러므로 불치병 환자의 조직에 이 세포를 이식해 주면 원칙적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 줄기세포 연구가 미국에서는 2001년에 부시 대통령의 특명으로 금지되고 말았다. 그 이유인즉 인간의 태아를 죽이는 것은 비윤리적이고 비종교적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은 전문가들의 조언을 어기는 고집으로 또 한번 인류 발전을 역행시키고 만 것이다. 왜냐하면 줄기세포 연구에 사용되는 수정란은 사람의 몸에서 채취한 것이 아니고 시험관에서 수정된 인공임신 병원에서 사용하고 남은 파기된 수정란이므로 벌써 죽어 있는 세포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마치 죽어가고 있는 사람에게서 간이나 콩팥을 떼어 장기 이식하는 것과 똑같은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오바마 대통령이 줄기세포 연구금지 명령을 해제시킨다는 백악관 성명이 지난 주말에 발표됐다. 이제 인슐린 주사를 매일 맞고 살아야 하는 수백만의 당뇨병 환자에게 크나큰 희망이 생긴 것이다. 이렇게 한 나라의 지도자를 뽑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새삼스럽게 일깨워주는 이야기다.

(신경내과 전문의 겸 UCLA 임상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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