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우울을 위한 약’(Medicine for Melancholy)

2009-02-20 (금)
크게 작게

▶ 젊은 두 남녀의 ‘짧은 만남’

‘우울을 위한 약’(Medicine for Melancholy)

마이카(왼쪽)와 조앤이 클럽서 춤을 추고 있다.


★★★

생면부지의 20대 두 남녀가 토요일파티에서 만나 하룻밤을 함께 잔 뒤 이튿 날 어색하게 대면하면서 그 하루와 몇 시간 더를 함께 샌프란시스코의 거리를 거닐면서 대화를 나누는 작고 아담하고 풍취와 스타일을 곁들인 미인디영화다.

좀 더 두 사람의 인물 묘사와 드라마로서의 깊이와 얘기성이 충실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으나 마치 프랑스영화를 연상케하는 무드 있고 차분한 작품이다. 특히 이 약간 우울하면서 상쾌한 영화는 샌프란시스코의 곳곳을 찾아 다니며 찍은 촬영(칼러를 극단적으로 묽게해 거의 흑백이나 다름 없다)이 매우 아름답다. 마치 사진전을 보는 것 같은 샌프란시스코라는 도시에 바치는 영상시라고도 하겠다.


영화는 처음에 일요일 아침 고급 주택에서 두 남녀가 깨어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남자는 수염이 덥수룩하게 난 상냥한 마이카(와이앗 세낵)요 여자는 우아하고 잘 생긴 조앤(트레이시 헤긴스).

둘은 함께 집을 나오면서도 대화를 나누지 않는데 마이카의 제의에 따라 카페에서 아침을 함께 먹으면서도 말이 별로 없다. 이어 둘은 택시를 함께 타고 서로의 집으로 가는데 먼저 조앤이 차에서 내린다. 조앤의 뒤를 향해 마이카가 여자의 이름을 몇 차례나 부르나 조앤은 돌아 보지않는다. 마이카는 자기 아파트로 가는 길에 조앤이 차 안에 지갑을 떨어뜨린 것을 발견한다.

이어 마이카는 자기 아파트에서 자전거를 타고 조앤의 아파트를 찾아 간다. 처음에는 마이카를 달갑지 않게 맞던 조앤은 그의 느슨하고 순진한 태도에 끌려 자기의 일을 보러 가면서 마이카와 동행한다. 이 때부터 둘은 자전거를 타거나 또는 걸어서 하루 종일 샌프란시스코의 흑인사 뮤지엄과 미술관과 또 유원지를 방문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고 또 말싸움도 한다.
둘이 나누는 대사에서 소수계와 계급과 정체성과 흑인의 문제와 이 도시의 계속해 줄어드는 서민들을 위한 주택난등이 논의된다. 그리고 조앤의 애인은 큐레이터로 현재 런던에 출장 중이며 마이카는 최근에 애인을 잃고 상심 중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마이카의 아파트에서 밤이 지나고 아침에 조앤은 잠이 든 마이카를 남겨 놓고 자기 아파트로 간다.

싱그러운 살짝 스쳐가는 미풍과도 같은 영화(상영시간 88분)로 ‘짧은 만남’의 두 주인공인 세낵과 헤긴스의 연기와 적절하게 쓴 여러 팝음악도 좋다. 성인용. 선셋5.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