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무엇을 얼마나 더 잘해주면 집을 사나요?

2009-02-19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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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택업체들 고객잡기 파격작전

재고는 잔뜩 쌓이고 바이어들은 꿈쩍도 않고
3%대 스페셜 파이낸싱… 바겐에 또 바겐
다운페이도 낮추고 융자 보장으로 바이어 잡기


이자율은 낮고, 싸고 좋은 집은 널렸는데 정작 마음은 정해지지가 않는다. 집을 장만하기에 아주 좋은 때인 것은 분명한데 바이어들의 실제 행동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선뜻 나서지 않고 계속 팔짱만 끼고 재고만 있다. 왜 그럴까? 경기 침체가 걱정돼서 일까, 집값이 더 떨어질까 무서워서일까. 무엇이 마음에 걸리는 것일까? 팔짱만 끼고 매입을 지연시키고 있는 바이어들을 지켜보며 가장 속이 타는 당사자는 집을 잔뜩 지어 놓고 팔지 못하고 재정위기에 떨어진 주택건설업체들이다. 이들은 소비자들만이 자신의 구세주임을 알고 소비자들의 구매 의욕에 불을 지피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최근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전국의 주택 건설업체 연례 컨벤션의 주제도 관망하고 있는 바이어를 실제 구매자로 돌려세우는 방안이었다.


주택 매입 환경은 과거 어느 때보다 좋은데 왜 집이 팔리지 않는가를 토의하다 보니 자연 초점은 ‘바이어들이 현 시장에서 바라는 것은 진정 무엇인가’‘매입에 선뜻하서지 못하게 발목을 잡는 요인은 무엇일까’로 모아졌다. 생사의 위기에 직면하자 비로소 과거의 피상적인 판촉 방안을 폐기하고 지극히 낮은 자세로 소비자들의 내심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것이다.
모기지 이자율이 이미 5% 안쪽으로 기록적으로 낮은데 이보다 더 낮춰주면 바이어들이 움직일까, 다운페이가 부담이 많이 되는 것 같은데 다운페이를 더 낮춰주면 판매는 살아날까, 가격이 아직도 비싸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재고를 없애기 위해서라면 시장가 아래로 낮춰줘야 하지 않을까. 등등 전에는 볼 수 없던 파격적인 제안들이 검토됐는데 이중 상당수는 다수 업체에서 실제로 시험 시행됐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환상적인 이런 제안들은 지난 1월 시행된 한 연구 조사에 기초한 것이었다. 자신을 관망중인 바이어라고 밝힌 전국의 700여명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된 이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현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주된 관심사는 모기지 이자율과 융자 걱정, 가격 추가 하락에 대한 우려였다.

거꾸로 이런 조건들이 개선되면 실제 구매에 나선다는 것이다. 이 조사에서 잠재바이어의 44%가 모기지 이자율이 더 낮아지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답했고, 41%는 융자를 받을 수 있을지 자신하지 못해 주택 매입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38%는 좀 더 기다리면 더 좋은 가격이 제시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지금 집을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주면 관망에서 매입으로 돌아서겠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잠재 바이어들은 모기지 이자율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만약 30년 고정 모기지를 3%에 준다면 당장 집을 매입하겠다고 답했다. 주택 시장 침체후 변동 모기지 보유자들이 고생을 했던 때문인지 같은 3% 이자율이라도 30년 고정이 5년 3% 고정/ 이후 5.25% 변동 모기지 보다 두배 이상 선호했다.

고정 저리 이자율에 대한 잠재 바이어들의 높은 기대에 부응해 럭서리 주택 건설 업체인 톨 브라더스는 컨벤션 기간에 3.99%의 30년 고정 모기지를 일시 시행하기도 했다.

다운 페이먼트 부담도 주택 매입을 가로 막는 장애였다. 패니매는 최고의 이자율을 얻기 위해서는 최소 10%이상 많은 다운을 요구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은 다운 페이에 대해 큰 부담을 갖고 있었으며 ‘0 다운’이라면 왜 집을 사지 않겠는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10% 다운인 경우 보다 0 다운을 제공할 경우 판촉에 두배 이상 효과적이었다.

융자 신청 과정에서 자칫하면 거부되는 현실에 비춰, 주택 건설 업체가 바이어의 융자 신청 보증을 해준다면 바이어로서는 무엇보다 든든한 지원이 될 것이란 응답도 많았다.

은행의 정규 신청 처리과정에서는 융자 심의, 감정 리뷰 등의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쉽게 융자가 퇴짜 맞기 때문에 바이어가 소득을 증명하고 ‘양호’(fair)한 크레딧만 갖춘다면 건설업체가 융자 신청을 보증해 준다면 더 없이 감사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었다.


가격 역시 민감한 요소였다. 많은 잠재 바이어들이 가격을 더 낮춰준다면 매입하겠다는 반응이었다. 가격 할인의 여러 가지 방법 중에서 직접적인 가격조정이 호응도가 높았다. 실제 시장 가격 보다 10% 할인해 줄 경우 가장 효과적이었는데 매입과 동시에 에퀴티가 쌓이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무료 업그레이드나 시설 추가 등 소위 판촉 패키지는 건설사들이 흔히 제공하지만 효과는 별로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최근 관심이 높은 에너지 효율이나 친환경적 디자인 등 소위 ‘그린’ 주택에 대한 소비자들의 실제 행동은 예상과는 달랐다. 그린 인증서가 붙은 신축 주택이라도 스탠다드 주택보다 가격이 2,000달러 비싸다면 바이어들을 움직이지 못했으며 스탠다드 주택과 값이 같다하더라도 구매행동에 변화를 주지 못했다.

스페셜 파이낸싱에 가격도 깎아주고 다운도 낮춰주고 융자 신청 보증도 해주는 그런 업체는 어디 없나? 주택 재고가 무섭게 쌓인 요즘 바이어들이 바라는 것은 참으로 많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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