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자-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2009-02-1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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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가게로 나를 찾는 전화가 계속 걸려왔다. 나는 바쁜 시간이 지난 후 전화를 했던 사장님에게 연락을 했다. 내 칼럼을 계속 읽고 있다는 그 사장님은 반년 전에 한식식당을 개업했는데 불경기로 인하여 고전한다고 이야기했다. 사장님은 어려움에 빠진 그 가게에 한번 와서 좋은 의견을 달라고 부탁을 했다.

나는 칼럼에 쓰는 내용은 식당을 경영하는 사장님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기본적인 내용이고 한 번에 매상을 올릴 만한 아이디어는 없다는 말로 정중히 거절을 했다. 하지만 전화선을 타고 들려오는 그 사장님의 목소리가 너무 간절해 나는 그 가게를 찾아가기로 약속을 했다.


LA 외곽 한인타운에 있는 그 한식식당은 근처에 큰 마켓이 있고 조리장님이 만드는 음식의 맛도 평균 이상이었다. 그 사장님은 나에게 장소, 인테리어, 그리고 음식 맛 등등 모든 여건은 좋은데 경기가 너무나 나빠서 고전한다고 푸념을 했다.

나는 사장님의 말씀을 듣다가 우선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사장님 요즘 내가 왜 식당을 시작해서 이 고생인가 하고 후회하지는 않으세요? 그리고 손님이 없어서 한가하게 있는 종업원들을 보면 짜증이 나지요? 또 장사가 안 돼서 싸게 파는 음식만 먹고 가는 손님을 보면서 화도 나시지요?” 이런 내 질문에 그 사장님은 어떻게 지금 내 심정을 그렇게 정확히 아느냐고 말했다.

“사장님 장사가 안 된다고 짜증이 나는 것은 지금 마음이 무너졌다는 증거입니다. 보통 사업이 어려워서 마음이 무너진다고 하지만 제 경험으로는 마음이 무너지면서 사업은 급격히 더 나빠집니다. 우선 지난 시간에 대한 자책이나 원망은 잊어버리세요. 처음 가게를 시작할 때 가졌던 희망과 열정을 찾으세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우선 아침에 일찍 출근해서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하세요. 그리고 손님이 뜸해도 더 잘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마음으로 손님 한 분, 한 분께 최선을 다하세요. 또한 매일 만드는 음식이라도 어제보다 더 맛있고 정결하게 만들도록 노력하세요.” 내 이야기가 끝나자 너무나 상식적인 내용만 강조한 내 조언에 그 사장님은 약간은 실망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래요 마음 굳게 먹고 더 열심히 하는 수밖에는 없겠네요”하는 말로 내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요즘 식당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이런 지독한 불경기도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고 그때까지는 지혜롭게 이 불경기를 헤쳐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장사가 안 된다고 의기소침하게 앉아만 있을 것이 아니라 활기차게 무엇인가를 열심히 해야 한다. 예를 들어서 남는 시간에 가게 청소를 한다던지 새로운 음식을 개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리고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늘 상황을 긍정적으로 보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 스스로의 노력이 없으면 불안, 후회, 그리고 원망은 금세 우리의 마음을 지배해 모든 의욕을 잃게 만든다.

몇십 년 만에 왔다는 이 불경기는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리고 이런 불경기를 피할 수 없다면 즐기도록 해야 한다. 비록 예전에 비하여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지만 나를 비롯하여 이 칼럼을 읽는 식당을 경영하는 모든 사장님들이 이 난관을 슬기롭게 이겨나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 이것이 핵심
1. 마음이 무너지면 사업은 더 어려워진다.
2. 일을 찾아서, 만들어서 열심히 해라. 힘이 날 것이다.
3. 불경기는 피할 수 없다. 그러면 긍정적인 마음으로 어려움을 즐기도록 해보자.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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