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모님’ 들이 입을 맞춘다

2009-02-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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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님’ 들이 입을 맞춘다

‘남가주 사모합창단’이 최근 창단돼 연습을 시작했다. 본보와 인터뷰를 가진 일부 단원들. 맨 왼쪽부터 단장 정한나 사모, 단원 박미희, 손미경, 송수정, 장은하, 정영희 사모, 지휘자 오상환 전도사.

남가주 사모합창단 창단
30~50대 30여명 가입

매주 화음·음정 담금질
삶 나누며 기도해주기도


“자연스레 생겨난 합창단을 통해 우리들도 노래할 수 있게 돼 이미 합창단원인 자녀들과 유대의 끈이 생겨 기쁩니다. 시간이 갈수록 합창단의 가치를 새록새록 느껴요.”(장은하 사모)


“함께 찬양할 뿐 아니라 목회의 어려운 문제를 내어놓고 서로 기도해 주니까 은혜가 절로 샘솟는 걸요.”(박미희 사모)

“같은 입장에 모여 있는 분들과 함께 모이니 마음에 부담이 없어서 참 좋네요.”(송수정 사모)

거룩한 소명을 따라 목사 남편과 결혼했다는 공통분모를 가진 여인들이 더불어 사랑을 노래하며 삶의 여백을 찾는 ‘남가주 사모합창단’(단장 정한나 사모)이 최근 창단돼 화제다.

녹록치 않은 이민목회 현장에서 남편 뒷바라지와 살림, 기도와 섬김으로 교회 부흥에 꼭 필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온갖 힘든 일로 자칫 탈진되기 쉬운 사모들이 매주 화음과 음정을 담금질하면서 기쁨의 샘물을 길어 올리고 있다.

“작년 PK(목사자녀)합창단 정기연주회 때 학부모들로 목사부부 합창단을 구성해 찬조 출연했지요. 하지만 남편들이 너무 바빠 지속적인 활동이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PK합창단 어머니들로 합창단을 만들려고 했는데, 노래하고 싶어 하는 사모들이 많다는 얘기가 많아서 아예 모든 분께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PK합창단에 이어 사모합창단까지 맡게 돼 ‘봉사의 짐’이 배로 늘어난 정한나 단장은 “사모들의 경우 교회에서 차지하는 독특한 위치 때문에 성가대에서 봉사하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아이들 기다리는 시간에 수다를 떠는 대신 찬양을 할 수 있게 돼 다들 좋아한다”고 말했다.

정 단장은 “30~50대에 이르는 사모 30여명이 가입했다. 아이들이 다 커서 시간적 여유가 늘어난 60세까지 단원으로 받는다. 은퇴하신 선배 사모들 중에는 ‘진작 있었으면 좋았을텐데’라며 아쉬워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교파와 교단을 초월해 모이기에 더 아름다운 이 합창단은 세미나도 필요하지만 에너지 공급원이 될 수 있는 만남의 장 역시 절실한 사모들로부터 벌써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아직 공개할 단계는 아니지만, 이들은 영적 파워가 모여 ‘믿음의 용광로’가 형성되면 단순한 합창단 이상의 큰 일도 감당할 수 있을 것이라는 비전을 갖고 기도하며 꿈꾸고 있다.

정 단장은 “목사 남편이 일주일 중 하루 쉬는 날에 아내를 놓아주기가 쉽지 않지만 사모들이 생기를 얻으면 가족과 교회에 큰 혜택이 돌아가므로 배려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합창단은 매주 월요일 오후 6시30분 오렌지카운티 제일장로교회((8500 Bolsa Ave., Westminster)에서 오상환 전도사의 지휘와 박문희 사모의 반주로 연습을 하고 있다. 같은 시간에 시작하는 자녀들과 저녁을 먹은 후 시작하기 때문에 대다수 단원들은 오후 5시30분부터 모인다. 보통 1시간 정도 하는 연습은 모두 지쳐서 오지만 싱그러운 찬양을 부르는 동안 생활의 활력소를 가득 얻어 돌아가는 재충전의 시간이다.

사랑의 줄로 묶여 하나 된 사모합창단은 음악 전공자가 많을 뿐 아니라 비전공자들도 ‘내공’이 만만치 않아 앞으로 ‘영혼의 울림’을 전해 줄 음악단체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열정과 실력을 갖춰 단원들의 잠재능력을 100% 끌어내는 지휘자라는 평을 듣고 있는 오 전도사는 “단원들이 튼실한 기본기를 갖춘 사모들이어서 좋다. 크리스천이 아닌 사람들에게까지 표를 팔고 공연할 수 있는 전문합창단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번에 두 가정씩 돌아가며 매주 풍성한 식탁을 준비하기에 회비도 따로 없다.

가입 문의 (213)500-2186 정한나 사모

<글·사진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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