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랄라인’ (Coraline)

2009-02-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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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상적이며 아름답고 무서운 스톱-모션 입체 만화영화

‘코랄라인’ (Coraline)

코랄라인이 저 세상의 부모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½(5개 만점)


‘저 세상’으로 열린 문
끼이익~ 열었더니…


꿈과 상상력이 풍부한 소녀가 호기심에 못 이겨 저 세상으로 가는 문을 열었다가 겪는 아름다우면서도 무서운 악몽으로 매력 만점의 스톱-모션 입체 만화영화다.


으스스한 공포 분위기 속에 과격하고 현기증 나도록 무궁무진한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환상 영화로 아주 어린 아이들이 보기에는 상당히 무서울 것이나 온 가족이 아찔하고 화려한 마법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게 될 유혹적인 영화다.

그림과 디자인과 시각미와 효과가 이루 말할 수 없게 창조적이요 나오는 인물들의 성격 묘사도 뚜렷한데 눈부신 색깔들이 스크린 화폭 위에 흩뿌려 놓는 색채마술이 휘황찬란하도록 다채롭다. 영국의 동화작가 닐 게이만의 작품이 원작.

성냥개비처럼 마르고 작은 체구이지만 장난기와 모험심이 강하고 명랑한 푸른 머리의 소녀 코랄라인 존스(다코타 패닝 음성)는 정원 캐털로그 작가들로 일벌레들인 부모(어머니 음성은 테리 해처)와 함께 교외의 낡아빠진 다세대 주택으로 이사 온다.

코랄라인의 이웃들은 한물간 두 여배우와 러시안 곡예사 바빈스키(이안 맥셰인). 바빈스키는 설치류 동물 서커스의 주인이다(이 영화는 보조 인물들이 주인공들 못지않게 큰 역할을 하는데 특히 바빈스키의 서커스 묘기는 시르크 드 솔레유의 그것에 버금간다고 해도 되겠다).

부모가 자기를 게을리 한다고 생각하는 코랄라인은 방에 난 작은 문을 발견, 이 비밀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코랄라인은 여기서 자기의 실제 생활과 병행하는 삶을 경험한다.

코랄라인은 자기 집과 똑같은 유령의 집에서 자기 부모와 똑같이 생긴 ‘다른 부모’를 만난다. 두 부모가 다른 점은 ‘다른 부모’가 진짜 부모보다 명랑하다는 점과 이들의 눈이 검은 단추라는 것(이 모습이 매우 섬뜩하다). 다른 어머니와 아버지는 코랄라인을 진짜 딸처럼 사랑하면서 함께 놀고 맛있는 것을 주고 극진히 대해 코랄라인은 진짜 부모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사랑과 즐거움을 마음껏 향유한다. 그래서 코랄라인은 진짜 세상으로 나왔다가 다시 진짜 부모 몰래 유령의 집을 찾아간다.

그런데 어느 날 ‘다른 어머니’가 코랄라인에게 자기들과 함께 영원히 살자며 자기들처럼 만사를 보기 위해서는 단추 눈을 해야 한다며 코랄라인의 눈에 단추를 꿰매려고 한다. 그제야 제 정신을 차린 코랄라인은 자신의 충실한 도우미인 고양이와 ‘다른 부모’들에 대항해 지능과 꾀의 전투를 벌이며 온갖 위험한 지경에 빠지게 된다.

이 장시간의 대결에서 상상력의 한계를 무한정으로 추월하는 다채롭고 다양한 그림과 동작과 색깔의 향연이 벌어지는데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음악도 아주 좋다. 헨리 셀릭 감독. PG. Focus. 전지역.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hj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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