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장사 이렇게 하라-경청의 능력을 길러라

2009-02-0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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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했던 한식식당은 LA 다운타운에 있어서 점심시간에는 주위 의류가게나 봉제공장에 배달 서비스를 했었다. 점심시간이 시작되면 나의 일은 전화를 받는 것이었다. 누구나 알겠지만 한꺼번에 몰리는 주문전화를 정확히 받는 것은 배달서비스를 하는 식당에서는 너무나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잘하기까지 참으로 많은 시행착오와 실수를 했었다.

우선 나는 차분한 성격이 아니어서 경청의 능력이 떨어졌다. 특히 두 대의 전화가 동시에 울리고 주문하는 손님과의 대화가 길어지면 처음 전화는 대충 받고 다음 전화를 받곤 했다. 그러다 보면 꼭 손님이 원하는 것을 한가지씩 빼먹곤 했다. 이런 실수가 많아질수록 손님들의 만족도는 떨어졌고 우리 식당은 좋은 단골을 많이 놓치게 되었다.

하루는 단골손님이 된장찌개를 주문하면서 맵지 않게 만들어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나는 “알았습니다” 하고 이야기했지만 곧 다음 전화를 받느라고 그것을 쓰는 것을 잊어먹었다. 내가 손님의 말을 잘 듣지 않고 실수를 해 고추장과 고추가 가득 들은 매운 된장을 받은 손님은 다시 전화를 걸어와 나에게 불평을 했고, 그 이후로 다시는 우리가게에 주문을 하지 않았다. 나는 이 일을 통해서 경청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듣지 않아서 손해를 보는 경우는 주문전화 받는 것 말고도 많이 있다. 예전의 나는 종업원의 말을 잘 듣지 않았다. 참으로 교만하게도 사장인 내가 필요한 말만 하면 되지 종업원들의 말을 굳이 열심히 들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특히 남미계통의 종업원들과는 언어적인 문제로 인하여 그들의 말을 잘 경청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아주 사소한 문제에도 아주 쉽게 서로 오해를 하고 오랜 시간 같이 일을 하는데도 신뢰가 쌓이지 않았다. 그 후에 나는 스패니시를 개인적으로 공부해서 남미 종업원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특히 그들이 나에게 하는 말을 아주 최선을 다해 열심히 들어주었다. 때론 내 생각과 다른 이야기를 듣다 보면 조금 짜증이 날 때도 있었지만 최소한 그들이 나에게 하는 말은 끊지 않고 끝까지 경청해주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나의 노력은 점점 효과가 있어서 지금 우리가게의 종업원들은 자신의 의견을 사장인 나에게 편하게 이야기하고 그 가운데 서로 신뢰하고 존중하는 관계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얼마 전에 LA 한인타운에서 제법 유명한 고기구이 집에 갔었다. 그 가게의 사장님은 직접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리고 단골손님들과 대화를 하는데 그 표정이 너무 진지하고 손님의 말을 참으로 열심히 들어주는 것이었다. 물론 그 가게의 음식 맛도 좋았지만 나는 이런 불경기에도 늘 성업을 하는 그 식당은 비결은 낮은 자세로 늘 손님의 말을 경청하는 사장님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지난 칼럼에서도 몇 번 강조했지만 식당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 관계에 성공해야 한다. 손님과의 관계, 종업원들과의 관계 등등 이렇게 관계에서 성공을 하려면 우선적으로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열심히 들어주는 경청의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것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아무리 바빠도 예외일 수 없고 상대방의 수준이 나보다 낮다고 해도 예외를 두면 안 된다.
잘 들어주는 것은 곧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고 그것은 좋은 관계를 맺고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데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일이다.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이것이 핵심

1. 주문전화는 가게 매상과 직결된다. 항상 친절하게 그리고 정확히 받아라.
2. 상대방이 나보다 수준이 낮더라도 열심히 들어주어라. 도리어 내가 존중받는다.
3. 경청의 능력은 사업을 성공적으로 하려는 사람에게는 필수적인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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