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프로는 침착하다

2009-01-28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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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이야기이지만 처음 식당을 시작했던 20대 중반에 나는 하루 종일 짜증스러운 얼굴을 하고 일을 했었다. 손님이 없으면 없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짜증을 냈고, 바쁘면 일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서 짜증을 냈었다.

그 날 점심은 갑자기 큰 주문이 몰려서 음식이 제 시간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한 손님의 주문이 잘못 나갔고 그 손님은 나에게 불평을 했다. 나는 주방에 들어가 주방에서 일하던 종업원들과 어머니에게 신경질을 내고 질책을 했다. 하지만 흥분된 상태에서 내가 다시 주문한 음식도 그 손님이 원하는 것이 아니어서 그 손님은 심하게 화를 내고 우리 가게를 나갔다. 그 이후에도 이런 일은 반복해서 일어났다. 특히 가게를 전체적으로 운영하는 내가 흥분을 해서 침착성을 잃는 순간부터 모든 일은 엉망이 되기 일쑤였다. 사실 식당을 하고 몇 년 동안은 아무리 침착하게 일을 하려고 해도 어느 순간 조급한 마음이 들고 손님들에게 안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그때부터는 마음의 평정심을 잃어버리곤 했었다.

그 이후로부터 나는 이 부분에 대해서 참으로 많은 노력을 했다. 아무리 정신없이 바쁘고 숨 돌릴 겨를이 없어도 나는 여유로운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힘썼다. 그리고 또한 일이 잘못되어 신경질이 나려는 순간에도 종업원들에게 질책과 짜증을 내기보다는 문제의 해결책만을 차분하게 이야기하려고 노력했다.


얼마 전 크리스마스 시즌에 있었던 일이다. 새로 채용된 아르바이트 학생이 손님의 영수증을 잘못 읽어서 음식을 뒤죽박죽으로 손님들에게 내주었다. 주문은 많이 밀려 있었고 벌써 오랜 시간을 기다린 손님들은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나는 그 순간 제일 먼저 실수한 종업원에게 “오늘 손님이 되돌려준 음식으로 파티하면 되겠다” 하고 농담을 했다. 혼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내 눈치를 보던 아르바이트 학생은 놀라 하면서 미안한 듯이 웃었다. 그리고 나는 손님들에게 음료수를 무료로 주고 음식이 뒤바뀐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아주 빠른 시간 내에 음식을 만들어줄 것을 약속했다. 그러면서 조리하는 종업원들에게 먼저 만들 음식을 차분하게 주문을 했다. 예전에 나였으면 종업원을 혼내고 내 자신도 짜증이 나서 문제를 잘 해결할 수도 없었을 텐데 침착하게 대처했기 때문에 모든 일은 순조롭게 끝났고 손님들도 만족해했다.

이 일을 해결하면서 나는 우선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내 자신이 흥분하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이런 골치 아픈 상황에서도 유머와 미소를 잃지 않도록 최대한 힘썼다. 물론 일이 끝난 후에는 실수를 한 아르바이트 학생에게 주의를 주고 다시는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교육을 시켰다. 하지만 일하는 도중 문제가 생겨 급히 해결해야 할 때는 질책보다는 한 마디의 유머와 작은 미소가 종업원들이 다시 일에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식당 일을 하면서 모든 것이 기계처럼 다 완벽하게 되는 것을 기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매일매일 문제는 생기게 마련이지만 그런 문제를 얼마나 잘 처리하느냐 하는 것이 그 식당의 경쟁력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침착성을 잃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침착성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마음은 급하더라도 유머를 나눌 수 있는 여유를 가지는 것이다.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이것이 핵심

1. 문제는 꼭 생긴다. 그런 문제를 잘 해결하는 것이 경영능력이다.
2. 문제가 생겼을 때는 질책보다는 해결할 방법을 먼저 생각해라. 책임추궁은 일이 끝난 후 해도 된다.
3. 급할수록 침착성과 유머를 잃지 말라. 그래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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