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승욱이 이야기

2009-01-1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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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더

서울에서의 일이다.

치과치료가 있어서 병원을 가면서 택시를 탔다. 타자마자 택시 아저씨가 말씀하신다. “요즘 정말 먹고살기가 힘들거든요. 택시손님도 거의 없어요. 하루 영업해서 회사에 내야 하는 돈도 못 내고 있어요. 다들 불경기니까 택시도 안 타요.” 택시를 타고 가는 내내 먹고사는 것이 갈수록 힘이 든다는 기사아저씨의 하소연을 듣고 있었다.

며칠 후 아이들 내복을 사기 위해 남대문 재래시장을 찾았다. 아이들 내복이 왜 그리 비싼지 자꾸 깎으려는 나와 깎지 말아달라는 주인아저씨의 실랑이가 한창이다. “아줌마, 내복 한장 팔아서 얼마 남는다고 깎아요? 요즘 장사가 안돼서 점심도 못 사먹는데 다들 왜이래. 에구 지겨워.” 재래시장도 장사가 안 된다고 난리다. 내복을 사고 돌아 나오는데 상인과 손님이 한판 싸움이 붙었다. 물건을 이것저것 들쑤셔놓고 사지 않고 가는 손님에게 욕설이 오고간다.


친구와 강남에서 저녁을 먹고 나오는데 여기저기 술 취한 사람들이 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다. 2차, 3차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린다. 휘청거리며 걸어가는 취객들과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이 시비가 붙어서 싸움을 한다. 노래방, PC방, 대화방, 찜질방, 전화방, 소주방 등등, 신장개업을 알리는 전단지를 아주머니들이 계속해서 나눠주고 있다. 한국에는 왜 그리 ‘방’이 많은지. 한옥문화여서 사람들이 안방, 건너 방, 작은 방, 큰방에서 살다보니 방을 특히 좋아하나 보다. 하여간 길거리는 온통 전단지로 가득하다. 하여간 호프집이며 소주방이며 삼겹살 집에서 술 한 잔씩을 기울이고 있는 사람들은 많은 것 같다.

이렇게 먹고 마시고 놀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다른 한 쪽에서는 먹고사는 것이 너무 힘이 든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머릿속에 혼란이 오기 시작이다.

한쪽에서는 사는 것이 힘들다고 난리고 한쪽에서는 흥청망청 먹고 마시고 노는 것에 난리고 도대체 무엇이 기준인 것인가? 극과 극을 달리는 사람들의 모습에 왜 이리 사람들이 소망 없이 살아가는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육신의 장애를 가지고도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사는 사람들도 많은데 건강한 육신을 가지고 왜 이리 불평불만과, 흥청망청과, 부정적인 생각과, 날카로운 언어를 사용하는 것일까. 경제는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만나는 사람들마다 말을 늘어놓는다. 사람들의 대화 속에 미래가 불투명해 보인다. 친구들도 아파트 값이 계속해서 떨어진다고 어디다 투자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이렇게 살다보면 점점 미국처럼 페이먼트 생활로 살면서 매달 ‘빌’(bill) 걱정에 빌빌거리다 인생이 끝날 것 같다고 한다. 월급도 삭감이 될 것 같다는 말도 한다. 아직도 회사에서는 명퇴나 조퇴 그리고 합병의 소식들로 모두 불안해 한다.

좀 더 긍정적으로, 좀 더 멀리 내다 보며, 좀 더 큰 소망을 품고, 좀 더 적극적으로, 좀 더 열심을 내며, 좀 더 배려하며, 좀더 이해하며, 좀 더 사랑하며 살아갈 순 없을까.

김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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