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어려움에 빠졌을 때(2)

2009-01-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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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시작한 식당은 LA 다운타운에서 한식과 중식을 파는 가게였다. 그 가게는 지난주에도 이야기 했듯이 처음에는 폐업의 위기까지 갔었다. 하지만 집주인이 렌트를 미뤄주었고 음식의 질을 좋게 유지하는 것 이외에는 모든 것을 철저하게 줄이는 축소경영으로 그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었다. 그리고 얼마 후에는 제법 잘 되는 식당으로 발전했었다.

그렇게 6년을 그 가게를 운영하면서 나는 식당이 내가 평생 할 만한 일이라고 느끼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식을 주 메뉴로 주류사회에 진출하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잘 되는 그 한식당을 팔고 퓨전 일식식당을 개업하기 위해서 학원도 다니고 남의 가게에서 일을 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일년 후 자신 있게 새로운 가게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자리 잡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 반년이 지나도록 적자가 계속되었고 남아 있는 운영자금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무언가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때였다. 그때 나는 그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서 예전처럼 규모를 축소할 것인가 아니면 좀 더 투자를 해서 규모를 늘릴 것인가 하는 문제를 고민했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는데 나는 이번에는 과감한 투자를 하기로 결정을 했다. 그 판단을 내리는 데는 손님들의 반응이 기준이 되었다. 그때까지 패스트푸드 일식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장사가 잘 안되었지만 일단 우리 가게를 다녀간 손님들 중 많은 수는 음식의 질과 가격에 만족해 했고 주위 사람들에게 좋은 소문을 내어주고 있었다. 나는 우선 투자 받은 돈으로 광고비를 늘리고 새로운 손님들이 올 수 있는 마케팅에 전력했다. 아울러 LA에 있는 가장 큰 백화점 음식코너에 우리 가게의 2호점을 개업했다. 첫 번째 가게가 완전한 성공을 하기 전 확장을 하는 나에게 많은 사람들은 무모하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는 핵심적인 사항인 음식과 가격에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규모를 늘려 가게를 빠른 시일 내에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후 백화점에서의 빠른 성공을 발판으로 첫 번째 가게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가 되었다.


요즘은 참으로 많은 식당들이 불경기로 인하여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리고 내가 만나본 대부분의 사장님들은 이런 어려움을 어떤 식으로 헤쳐 나가야 하는지 망설이고 있었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빨리 어떤 결정을 내리고 행동을 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면 규모를 줄여서 경비를 절감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지만, 앞에서 나의 경우처럼 도리어 공격적인 투자가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불경기 또한 운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를 더하고 규모를 늘릴 때는 먼저 몇 가지를 검토해야 한다. 그 첫 번째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우리 가게의 음식과 서비스가 경쟁력이 있다고 확신해야 한다. 또한 처음 왔던 손님이 다시 우리 가게를 찾는 비율이 높다면 과감한 투자를 통해서 손님의 층을 넓히는 것은 위기를 헤쳐 나가는 좋은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어려움을 헤쳐 나가려고 돈을 넣는 것은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위험도 있다.


이것이 핵심

1. 규모를 늘려서 어려움을 헤쳐 나가려면 객관적으로 우리가게의 음식과 가격 경쟁력을 평가한 후 결정 내려야 한다.
2. 규모를 줄이는 것보다 늘리는 것은 더욱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
3. 어쨌든 경영이 어려우면 가게 상황에 맞는 위기 탈출법을 찾아 즉시 실행해야 한다.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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