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특별 기고- 독일산 ‘리슬링’ 냉두부와 어울려

2009-01-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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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일식과 와인 정찬

와인의 역사가 길고 저변이 두꺼운 일본에서는 고유 음식인 간장, 미소된장, 낫도 그리고 젓갈류와 와인이 어우러지지 않는다는 논쟁이 오래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으나 지금은 일식도 와인과 잘 어우러지되 좀 더 조화로운 맛을 추구한다면 음식을 요리하는 방법에서 너무 전통식을 고집하기보다는 약간의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사시미나 스시에 정종만이 제격이라는 인식도 많이 변하여 대형 와인 가게에서는 ‘Wine for Sushi’라는 백포도주를 구할 수 있다. 깔끔하면서 과즙향이 풍성하며 드라이한 백포도주는 흰 살 생선회와 무게감이 느껴지는 연어, 방어 그리고 참치와는 피노 누와 품종의 상큼한 적포도주와도 잘 어우러진다. 사시미를 찍어 먹는 간장에 적포도주를 조금 떨어뜨려 함께 즐기면 사시미의 맛과 와인의 향을 함께 즐길 수 있어 꼭 한번 시도해 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일본의 정식인 가이세끼 요리에는 차가운 전채와 생선회를 시작으로 조림과 튀김이 나오고 메인으로 전골류와 밥이 나오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는 것이 통상적이나 우리의 부엌에서 레스토랑 수준의 맛있는 일식 조림과 튀김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오늘 제안하는 정식 메뉴에서는 조림요리는 테리야키로, 튀김은 전야로 대체해 보았다.

우선 첫 번째 스타트 메뉴로 냉두부 전채는 마켓에서 구입한 생두부나 연두부를 그대로 사용하여 옅은 간장 소스를 끼얹어 무즙과 무순 그리고 가쯔오부시를 얹어 만드는 간단한 음식으로 독일 모젤 지방의 드라이한 리슬링(Riesling)과 잘 어울린다.

가정에서 즐길 수 있는 생선회 중에 마켓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으면서 그 맛이 독특한 고등어 초절임 회를 권한다. 적당히 녹여서 무채와 연어 알을 얹어 즐길 수 있는데 여기에 프랑스 론 지방의 드라이한 비오니어(Viognier)를 곁들이면 고등어회의 진한 향과 맛이 더 더욱 깊어진다.

이제 서서히 따뜻한 음식을 시작하자. 은대구나 삼치를 이용하여 테리야끼 소스로 요리를 하고 스페인 리오하 지방의 템프라니요(Tempranillo)와 함께 환상의 조화를 즐길 수 있다.

연근은 일본 요리에 빠질 수 없는 식재료이다. 두툼하게 썬 연근 사이에 새우 간 것을 양념해 넣고 참기름으로 부친 후 무순과 가쯔오부시를 얹어 캘리포니아의 푸근한 샤도네(Chardonnay)와 함께 감칠 따뜻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겨울철 따끈한 음식으로 식사를 마무리할 경우에 스키야끼를 떠올릴 수 있는데 이때는 프랑스 보르도 우안(Right Bank) 지역의 멀로(Merlot)를 위주로 한 적포도주가 적격이다.

후식으로는 일본식 모찌나 녹차 아이스크림과 함께 수확을 늦게 하여 달콤한 독일의 게부츠트라미너(Gerwurztraminer)로 마무리하면 시작과 마무리를 일본의 문화와 정서가 유사한 독일의 백포도주와 함께 하게 되는데 독일의 백포도주는 깔끔한 맛과 향과 함께 가격도 저렴하여 많이 이용하실 것을 권한다.


일식 정찬 중에서 간편하게 요리하면서 와인과 즐길 수 있는 냉두부 전채와 은대구 테리야끼 소스의 레서피를 소개하고자 한다.

문의 (562)335-2580

<장효덕·와인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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