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떡 케익·샌드위치… ‘맛있는 웰빙식’ 변신

2009-01-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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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퓨전떡

‘누워서 떡 먹기’.
옛말 치고 그른 말 없다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떡은 그렇게 친숙하고 쉬운 대상만은 아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어머니가 절기에 맞는 떡을 방앗간에서 맞춰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루를 머리에 이고 집에 들어서는 그 순간이 명절의 신호탄이었지만 언제부터인가 떡은 각종 베이커리에 밀려 답답하고 촌스러운 그 무언가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다 유행은 돌고 돌아 다시 웰빙이니 로하스니 하는 새로운 문화사조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우리 먹거리에 대한 가치를 단박에 번쩍 들어 올렸고 그 최대 수혜주 중 하나가 바로 떡이 됐다.


밀가루보다 건강한, 쌀로 빚은 떡이 아침식사 대용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젊은 세대들에게는 간편한 영양만점 간식으로 인식되면서 서울뿐 아니라 LA에서도 먹기 좋고 보기도 좋은 다양한 퓨전 떡들이 쏟아져 나왔다.

바야흐로 떡들의 전성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어느새 우리네 생활 속으로 알뜰살뜰 참하게 자리잡은 LA 떡들이 있는 풍경을 살짝 엿봤다.



#떡의 변신은 무죄(?)

웰빙 라이프 한복판에 떡이 당당히 자리 잡은 데는 단순히 사람들의 인식 변화 때문만은 결코 아니다. 떡도 21세기와 함께 보폭 맞춰 걷기 위해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결과이기도 하다. 송편과 인절미, 시루떡 정도이던 전통 떡들이 젊은이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맛도 외형도 조선시대 사대부 안방마님이 보고 있노라면 기함할만큼 빠르고 파격적으로 변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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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버거까지 등장… 신세대에 “아침 대용식” 인기


떡으로 케익을 만드는 것은 구문이 돼 버린지 오래고 요즘 한국에선 샌드위치에 피자, 떡버거까지 등장해 사람들의 환호를 사고 있는 중이라고 하니 떡의 변신은 이처럼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LA에서도 그 변화의 폭은 서울만큼은 아니라 할지라도 최근 몇 년 새 눈부신 발전을 해왔다. 서울에서 유명 프랜차이즈 떡집들이 들어오는가 하면 로컬 떡집들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종류의 떡을 개발 한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가을 떡 샌드위치와 커피를 세트메뉴로 내놓은 시루당(대표 이현숙)은 LA 한인타운의 대표적 퓨전 떡집. 포도나 딸기 같은 과일 주스를 이용한 설기떡을 비롯, 고구마 떡 케익, 과일말이 떡 등 젊은 층을 공략한 색다른 떡들이 고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시루당 이현숙 사장은 “떡이 웰빙 푸드로 각광받으면서 아침식사 대용과 아이들 간식으로 구입해 가는 젊은 고객들이 늘고 있다”며 “요즘 퓨전 떡들은 달지 않으면서도 라이트 맛, 그러면서도 예쁜 떡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귀띔했다.

시루당뿐만 아니다. 오랫동안 LA 한인들에게 사랑 받아온 대부분의 떡집들은 자체 개발한 다양한 예쁘고 다양한 맛을 앞세운 퓨전 떡들을 내놓아 젊은 고객들을 공략하는 등 LA 떡 시장에 퓨전바람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눈에 띄는 퓨전 떡

①영양 떡=떡집뿐 아니라 베이커리에서도 비슷한 류의 떡과 빵이 요즘 많이 등장했다. 단순히 맛으로만 먹는 것이 아니라 건강까지 두 마리 토끼를 챙기겠다는 것이 고객들의 생각. 보통 영양 떡은 찰떡을 기본으로 그 안에 대추, 호두, 땅콩, 잣, 밤 등 갖가지 견과류를 넣어 아삭하게 씹히는 맛은 물론 영양까지 챙겨 아침식사 대용으로 바쁜 직장인들에게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②고구마 떡 케익=요즘 돌상이나 어르신들 생일 상에 떡 케익이 올라오는 것은 그리 신기할 게 없을 만큼 꽤 많이 즐겨 먹는다. 그러나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고구마 케익과 같은 고구마 떡 케익은 어떤가. 아예 떡을 만들 때부터 생 고구마를 썰어 넣어 떡을 먹을 때 고구마가 씹히는 것은 물론 중간에 고구마를 으깨 넣어 고구마 특유의 맛까지 즐길 수 있어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한번 먹어본 이들은 단박에 팬이 돼버린다고.
 
③팥앙금말이 떡=이름부터가 참으로 ‘퓨전스럽지’ 않은가. 언뜻 보면 사탕처럼 보일 만큼 알록달록한 이 떡은 떡을 얇게 밀은 뒤 그 안에 팥앙금을 넣고 말은 다음 마지막 단계에 색색의 카스테라 가루를 묻혀 주는 떡이다.
굳이 팥앙금말이 떡이 아니더라도 요즘 떡집에 가보면 속에 팥앙금이 들고 겉에 카스테라 가루가 묻은 떡은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인기 아이템 중 하나다.
 
④오색 설기떡=최근 퓨전 떡의 가장 큰 특징은 ‘가벼움’에 있다. 맛도, 색상도, 크기도 갈수록 ‘라이트’해지고 있다는 추세다. 보통 백설기로 알려진 이 설기 역시 최근엔 색색의 다양한 맛으로 우리 곁을 찾아오고 있다. 포도나 딸기, 키위 등과 같은 과일 맛은 물론이고 치즈, 완두, 호박, 등 예쁜 색을 가진 과일과 야채는 총동원된 셈.
최근 타운에 나와 있는 설기떡의 종류는 12가지에 이를 만큼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다. 물론 과일이든 야채든 컬러는 결코 인위적인 것이 아니라 주스나 즙을 낸 100%가 대부분이므로 안심하고 먹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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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떡


#더 맛있게 떡 즐기려면 우유와 ‘찰떡궁합’

▲오래 보관하려면 냉동실에=요즘은 한번에 먹을 수 있게 낱개 포장된 떡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그래도 매번 떡을 구입하려 떡집에 가기는 번거로운 일. 그럴 때는 좋아하는 떡을 맞추거나 구입해 가지고 오자마자 냉동실에 얼렸다 먹을 때마다 마이크로웨이브 오븐에 데워서 먹으면 처음 만들었을 때의 쫄깃함과 따뜻함을 즐길 수 있다.

▲우유나 연한 커피가 제격=한번 먹어본 이들은 의외로 우유가 떡과 ‘찰떡궁합’이라는 것을 알고 있을 터. 아이들 간식 챙겨줄 때 우유와 곁들이면 떡의 풍미를 더 즐길 수 있다. 커피 역시 떡과 의외의 궁합을 자랑하는데 단 설탕과 크림 없이 연하게 뽑힌 아메리카노 커피가 가장 잘 어울린다는 것을 잊지 말자.

▲칼로리를 잊지 말자=별로 달지도 않고 밀가루도 아니므로 떡이 칼로리가 낮을 것이라는 편견(?)은 버려야 한다. 예를 들면 100그램짜리 백설기가 241cal로 밥 한 공기(300cal)에 버금간다는 것을 아는지. 따라서 떡도 많이 먹으면 당연히 살찐다. 하루 적당량을 즐겨야 나중에 체중계에 올랐을 때 마음의 상처(?)를 덜 받을 수 있다.

글 이주현, 사진 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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