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어려움에 빠졌을 때 (1)

2008-12-31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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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 공부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어떤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닌 나에게 아버지는 식당을 해보라고 권했다. 아버지 친구가 하다 망한 가게를 아무런 조건 없이 인수해 운영하라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이것이 성공하면 너 잘된 것 안 되면 내가 너 인생 공부 시킨 것이라 생각한다는 말을 하면서 내게 3만달러를 주셨다.

나는 기존의 미국 양식 식당을 한식과 중식을 섞은 식당으로 전환하여 개업했다. 하지만 3개월이 지나자 아버지께서 주신 돈이 다 떨어졌으며 장사는 계속 적자가 나면서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나는 절망 속에 집주인 할아버지를 찾아갔다. 그리고 가게를 포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때 그 할아버지는 내게 일년 동안 렌트를 미루어줄 테니 열심히 해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첫 직장인 여기서 네가 쉽게 포기하면 넌 평생 패배자로 살 것이라는 말도 내게 해주셨다. 나는 지독하기로 소문난 그 할아버지가 왜 나에게 그런 기회를 주는지 이해가 안 되었지만 다시 한 번 도전하기로 마음을 고쳐 먹었다.

그러면서 나는 돈을 버는 것보다는 우선적으로 손해를 안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규모를 축소하여 최대한 경비를 줄이는 방향으로 방향을 바꾸었다. 우선 주방장을 내보내고 어머니에게 음식 만드는 것을 맡기었다. 많은 메뉴 중에서 우리가 잘할 수 최소한의 음식만 남겨놓고 다른 음식은 모두 그만두었다. 그렇지만 음식의 질은 가게의 핵심사항이기 때문에 좋은 재료를 구입하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그 시절 꼭 필요한 종업원만 있으니 나와 어머니는 새벽부터 정신없이 일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육체적으로 힘든 것보다 더 나를 괴롭힌 것은 망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자 손해를 보지는 않았고 조금씩 단골손님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에 희망을 가지고 최대한 내 마음을 긍정적인 쪽으로 바꾸도록 노력을 했다. 어쩌면 규모를 축소해서 대부분의 종업원을 내보낸 후 온몸을 던져 일을 했던 그때 내가 가장 열심히 했던 것은 내 마음관리였다. 아무리 좋은 계획을 세워도 그것을 실행하는 것은 가게를 책임지고 있는 나였고, 내 마음이 무너지면 가게는 그 날로 문을 닫는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요즘 경기가 너무 안 좋아 많은 사장님들이 어려움을 호소한다. 내 경우에 가게를 개업하고 어려움에 빠졌을 때 그것을 극복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선 손해를 보지 않으면서 운영이 가능한 상태까지 만들기 위하여 규모를 축소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을 선택할 때 중요한 것은 줄여야 할 것과 줄이면 안 되는 것을 지혜롭게 결정해야 한다. 그 기준은 주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주인이 해서 최대한 인건비를 줄여야 하지만 손님의 입장에서 불편을 주는 것을 줄이면 안 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음식의 맛과 서비스의 질을 줄이는 것은 현명한 결정이 아니다.

식당을 운영하다가 어려움에 빠진 것은 꼭 배를 타고 넓은 바다를 가다가 난파된 상황과 비슷하다. 그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생존에 필요한 몇 가지만을 가지고 살아야겠다는 일념으로 뗏목을 타고 탈출하는 사람처럼 생존을 위해서 몸부림을 쳐봐야 한다. 후회가 없을 때까지 최대한 해봐야 한다. 결정은 빠를수록 좋다.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이것이 핵심

1. 규모를 줄이면 매출은 줄지만 손해를 줄일 수 있다.
2. 규모를 줄이는데 핵심은 주인이 두세 배로 일을 해서 음식과 서비스의 질은 떨어트리지 않고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3. 살아남기 위해서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마음을 굳세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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