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 가톨릭 신부 ‘수입’ 급증

2008-12-30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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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스패닉 급증 45년만에 신자 2천5백만명 증가
신부는 되레 33%나 줄어… 6명중 1명꼴 해외파


미 가톨릭계가 심각한 미국인 신부 결핍으로 인해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등지에서 신부를 ‘수입’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8일 보도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히스패닉의 급증으로 가톨릭 인구는 엄청나게 불어나고 있지만, 미사를 집전할 신부는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가톨릭교회 연감’에 따르면 신도 수는 지난 65년 4,000만명을 약간 넘는 수준이었지만, 85년에는 5,500만명을 넘어섰고, 현재는 6,500만명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신부 수는 정반대로 65년 6만명 수준이었던데 반해, 현재는 4만명 정도로 줄어들었다.

이는 신부직 선호도가 높지 않은데다, 기존의 신부들이 사망하거나 은퇴하고, 일부 신부는 성추행 사건 등으로 신부직을 박탈당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신부 한 명이 평균 3개 교구를 관장하고 있어, 심한 경우 어떤 신부는 자신이 미사를 주관하는 성당이 어디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해외 신부 영입 문제를 관장하고 있는 켄터키 관구의 대럴 벤터스 신부는 “신부를 외국에서 모셔오지 못하면 우리들 가운데 5개 교구를 관장해야 하는 신부가 생길 수도 있으며, 누군가가 죽거나 심장마비에 걸리면 빈 자리를 채울 수가 없다”고 말했다.

2006년에 발간된 ‘미국 내 외국 출신 신부 현황’ 자료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신부 6명 중 한 명이 해외파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년 300명의 외국인 신부들이 미국으로 들어오고 있고, 미국 신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예비신부들 가운데 3분의1이 해외 출신이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아일랜드, 이탈리아, 독일, 폴란드, 벨기에 출신 등이 많았고, 이들은 자국 출신 이민자 그룹들과 일체감을 보여온 데 반해, 최근 외국인 신부들은 미국인들과의 경험 공유가 거의 없어 고해성사를 듣거나 곤경에 처해 찾아 오는 이들에게 충고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한다.

벤터스 신부는 “히스패닉 신자들이 많아 라틴 아메리카 출신을 구하려고 노력했지만, 남미 역시 신부 부족 현상이 심각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고백했다.

해외에서 온 신부들 가운데 일부는 집에서 고립돼 지내기도 하고 운전을 하지 못해 애를 먹기도 한다고 벤터스 신부는 말했다. 또 해외 출신 신부의 상당수는 자신이 번 돈을 가족의 교육비나 의료비 등에 도움을 주기 위해 모국에 송금하고 있다.

그러나 벤터스 신부는 “해외파 신부의 대다수는 돈 때문에 미국에 온 이들이 아니다. 진실한 전교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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