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은 비타민 보조제가 암을 비롯한 각종 질병과 싸우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또 음식만을 통해 몸에 필요한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안해한다. 때문에 알약으로 눈에 보이게 먹을 수 있는 농축된 각종 비타민 보조제에 눈을 돌리고 암이나 여러 질병으로부터 내 몸을 지킬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대규모 임상연구결과들에 따르면 비타민과 미네랄 보충제는 뇌졸중, 심장질환 등 기타 질병을 예방하는데 아무 영향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으며, 암의 치료 예방에도 별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과다섭취는 오히려 건강에 해가 될 수도 있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뇌졸중·심장질환도 못 막아
과다 섭취땐 건강에 되레 독
과일·채소 섭취가 더 효과적
90년대만 하더라도 비타민제는 암, 심장질환, 뇌졸중 등 고치기 어려운 병을 예방 치료하는 ‘기적의 약’으로 통했다. 여러 연구결과 비타민 섭취가 낮으면 특히 중장년층의 여러 질병을 예방하는데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미 국립보건원(NIH)의 후원아래 진행된 여러 임상실험에 따르면 비타민 C, E, 셀레늄 보조제들은 전립선암, 대장암, 폐암, 방광암, 췌장암 등 암 발병 위험을 줄이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오버-더-카운터(의사 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 판매약)용 비타민제와 미네랄제 역시 암, 뇌졸중 또는 심혈관계 질환의 예방 치료에 별 도움이 못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 의학협회 저널(JAMA)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비타민 C, E에 대해 의사들이 직접 나선 ‘의사 건강 연구’(Physicians’ Health Study)에서 1만4,641명의 남성의사들을 평균 8년간 조사한 결과, 비타민 C, E 보조제가 심장을 건강하게 만들지는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역시 ‘JAMA’에 발표된 내용으로 텍사스대와 클리블랜드 클리닉이 공동으로 진행한 셀레늄과 비타민 E 암 예방 연구에서는 3만5,533명을 5년 이상 조사한 결과 전립선암 예방에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연구는 오히려 전립선암과 당뇨병 위험을 근소하게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나 연구가 조기에 중단되고 말았다.
여성건강 연구(Women’s Health Study)에서는 10년간 3만9,876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비타민 E를 섭취하는 여성은 심장질환, 뇌졸중, 여러 암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2005년 의학지 JAMA에 보고됐다.
또한 2007년도 내과학 기록(Archives of Internal Medicine) 저널에 실린 바에 따르면 8,171명을 대상으로 여성의 항산화제와 심혈관계 질병 연구에서는 비타민 C, E, 베타카로틴의 영향을 조사한 결과 심장질환 발병 예방에 아무 영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1월 미 국립암연구원 저널(Journal of the National Cancer Institute)에 발표된 바에 따르면 3만6,282명의 여성을 7년간 조사한 ‘여성보건연구원’(Women’s Health Initiative) 연구 결과 비타민 D와 칼슘이 함께 들어간 보충제가 유방암을 예방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연구들에서는 비타민 D와 칼슘 보충제가 엉덩이 골절에는 도움이 되지만 다른 뼈 골절이나 대장암 예방에는 효과가 없는 것으로도 조사됐다.
물론 이들 비타민 C, E 셀레늄 등은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소다. 또 영양이 충분치 못한 사람에게는 비타민제가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부족해지기 쉬운 비타민 D의 경우 심장질환, 암 및 당뇨병 발병률을 낮추는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들이 나와 있다.
전문가들은 환자들에게 비타민제 복용에 연연하지 말고 대신 인체에 필요한 비타민과 미네랄 섭취는 과일과 채소 위주의 건강한 식단을 통해 공급받을 것을 권했다. 과일과 채소 위주의 건강한 식사를 하게 되면 특정 성분의 효과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각종 비타민, 미네랄이 동시에 복합작용을 해 질병 예방에 도움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이온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