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 들여다 보기- 돌아보며, 돌아서며(송구영신)

2008-12-27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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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의 끝자락이다. 연말연시의 각종 모임과 행사들로 마음이 분주한가? 아무리 바빠도 차 한잔 앞에 놓고 홀로 앉아 지난 한해를 되돌아보자. 좋은 일과 궂은 일이 어우러진 한해, 이룬 것과 성공이 있었고, 실수와 상처가 있었던 한해를 돌아보며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오직 인간이기에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이다.

새해 첫 달의 이름, 제뉴어리는 양면의 얼굴을 가진 로마의 신 야누스에 기인한다. 고대 로마인들의 송구영신 예식은 두 얼굴을 가지고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야누스의 얼굴을 바라보며, 서로에게 용서를 구하고 선물을 교환하는 것이었다. 새로운 해를 시작하는 문을 들어가기 위해, 지나간 세월동안 쌓인 서로의 허물을 용서하며 털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자는 지혜이다.

새해가 될 때마다 하는 새해결심(New year’s resolution)이란 말은 불협화음에서 협화음으로 옮겨가는 확고한 결단과 해결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새로움과 발전, 건강하고 변화하는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지난날의 인색과 거짓과 미움을 반성하고, 잊어버릴 것은 잊어버리고, 용서할 것은 용서하는 확고한 결단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렇게 마음의 짐을 해결하는 것이,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받아들이는 진정한 송구영신이다.


저물어가는 올해의 며칠은 지난날의 삶에 대한 통찰과 각성으로 보내자. 무슨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남과 세상을 탓했던 희생자 사고방식과 원망, 울분이 쌓였다면 묵은 한해와 함께 날려 보내자. 이미 역사가 돼 버린 지난 날들이 가져온 해묵은 감정은 새해엔 필요 없다(The story is history). 모든 것이 빨라지는 세상이라 무엇이든‘빨리 빨리’이루려는 마음이 긴장과 조급증과 스트레스로 가득 차 있었는가? 새해에는 ‘느린듯하지만 꾸준하게’라는 거북이 전략은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건강하고 바람직한 삶을 위해 새해결심을 한다. 살빼기, 빚갚기, 저축하기, 나은 직업구하기, 운동하기, 건강식하기, 공부하기, 술 끊거나 덜 마시기, 담배 끊기, 여행가기, 다른 사람을 돕는 자원봉사하기 등이다. 당신의 새해 목표는 무엇인가? 실상 이 모든 것들은 어찌보면 한 목표이다. 서로서로 연결되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살빼기 위해서 간단하고 적게 먹게 되고 건강식을 하게 되면, 매식을 덜하게 되고 그러면 크레딧카드 덜 쓰게 되어 빚도 줄고, 살도 빠지고 건강하게 된다. 운동을 하면 담배와 술이 별로 내키지 않게 되어 술 담배 끈기가 쉽게 되고, 돈 절약되고, 정신이 맑아지며 집중력과 우울증이 없어져 일에서 작업성과가 좋아진다.

때문에 이 모든 것들을 다 변화해야 하나 하고 기가 질릴 필요는 없다. 한두 가지 목표를 성취가능한 양만큼 정하여 시행하다보면 다른 측면들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게 되어 전인적인 생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새해결심을 하라. 그리고 과감히 뛰어들라(take the plunge). ‘안될 텐데’하는 망설임과 게으름이 있는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가? 영어 표현에 ‘Like a water off a duck’s back’이 있다. 오리 날개에 있는 물기는 한번 날갯짓을 하면 다 없어져 버리니 용기를 내어 날개 짓을 하라는 말이다. 새로운 한 해의 축복은 새 결심을 하는 사람에게 주어진다. 날아오르는 몸짓으로 2009년을 맞자! (213)500-0838

서경화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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