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다른 것과 틀린 것

2008-12-24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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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아버지 어머니와 같이 일을 할 때 여러 가지 부모님과 의견차이가 있었는데 그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종업원 관리였다. 해병대 출신인 아버지는 모든 종업원이 군대식으로 명령에 의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아버지는 남미 종업원들이 음악을 들으면서 일하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다. 하지만 남미 종업원들은 음악을 들으면서 일을 할 때 능률도 더 오르고 더 신나게 일을 할 수 있다고 내게 하소연을 했다.

사실 일을 하면서 음악을 들으면 산만해지니 조용한 상태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아버지의 의견도, 또 긴 시간을 적막 속에서 일을 하는 것보다는 흥겹게 하는 것이 좋다는 종업원들의 의견도 서로 다를 뿐이지 어떤 것이 일방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버지와 다른 것은 무조건 틀린다는 고정관념 때문인지 상대방의 의견을 잘 수용하지 못했다.

하루는 친하게 지내던 남미 종업원과 같이 밥을 먹게 되었다. 그 종업원은 나와 비슷한 나이였다. 그 친구는 나에게 이십대 중반인 내가 술도 안마시고 놀지도 않고 매일 일만 하는 것이 참 이상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 의견에 나는 개미와 베짱이의 이야기를 해주면서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성공적인 삶을 살 수 없다고 말했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미래의 성공을 위해서 무조건 현재의 모든 것을 다 희생하는 한국사람들의 삶이 남미 사람들에게 지나치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반하여 즐겁고 낙천적으로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를 준비하지 않고 현실에 안주하는 남미 사람들의 삶이 지혜롭지 못하다는 내 생각이 변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면서 이 경우도 서로 다를 뿐이지 한쪽이 일방적으로 틀린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 미국에서 식당을 운영하면 대부분의 경우 타 인종 종업원들과 같이 일을 해야 한다. 특히 남미계통의 종업원들은 주방 안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들을 도맡아 한다. 그렇지만 주위를 보면 남미 종업원들과 한인 업주들 사이에 갈등이 많이 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 나와 다른 것은 틀린다고 보는 좁은 소견이 그 주된 원인이다.


단일 민족임을 자랑하는 우리 한국사람들은 나와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데 굉장히 소극적이고 폐쇄적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타 인종들과 우리가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내가 운영하는 사업체에 와서 일을 하니 무조건 내 방식대로 따라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나와 다른 생각이 무조건 틀린다는 일방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타 인종 종업원의 의견에도 귀를 귀울여야 한다.

하지만 서로 다름을 인정해주더라도 원칙은 있어야 한다. 그 원칙은 상황에 따라 변해서는 안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식당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원칙 안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틀린다고 일축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고 품으면서 운영해야 한다. 그런 노력이 지속될 때 사장과 종업원들 사이에 신뢰가 쌓이고 그것은 곧 식당 성공의 발판이 될 것이다.

이것이 핵심

1. 나와 다른 것은 무조건 틀린다는 편견에서 벗어나라.

2. 나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이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은 틀린게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3. 원칙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타 인종 종업원의 다른 생각을 경청하고 인정해 주어라.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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