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버려진 강아지들의 ‘천사’

2008-12-20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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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강아지들의 ‘천사’

유기견 입양을 위한 비영리 단체 ‘해피엔딩 레스큐’를 운영하고 있는 스테파니 정 대표(왼쪽)가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멜로디를 안고 웃음 짓고 있다. 멜로디의 앞발을 잡고 있는 봉사자는 소냐 안씨.

버려진 강아지들의 ‘천사’

할리웃 데뷔를 목전에 두고 있는 장애견 구원이의 메리 크리스마스 포토.

이 사람

유기견 입양 단체 ‘해피엔딩 레스큐’
스테파니 정 대표


“크리스마스 선물로 강아지 입양 어때요? 우리 멜로디는 정말 순한 강아지에요. 눈도 사파이어 블루 색깔이어서 쳐다보고 있으면 호수에 푹 빠질 것 같아요. 한국에서 나쁜 할아버지를 만나 정말 고생했지만 미국에서는 사랑이 가득한 주인을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비참하게 학대받는
한국의 강아지들 구조
미국 가정으로 분양
“동물사랑 행동 나섰죠”


비영리단체 ‘해피엔딩 레스큐’(Happy Ending Rescue)를 운영하는 스테파니 정(27·한국명 정현미)씨는 유기견의 천사다. 한국에서 버림받은 강아지, 학대당한 강아지를 평생 사랑 받을 수 있는 미국 가정으로 입양시켜 주는 일을 한다. 어려서부터 애완견을 길러온 정씨는 우연히 동물구조단체에 관한 글을 읽고 유기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대학 시절 구조단체 ‘국경 없는 개’(Dogs without Borders)에서 3년 동안 자원봉사자로 일하며 강아지 입양단체 설립을 준비했다. 동물을 사랑한다는 말만 하기보다는 작은 행동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어서다.

“한국의 개 농장에서 구조된 강아지들은 순종도 아니고 귀엽고 어린 강아지가 아니라 입양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해요. 그런 면에서 미국인들은 동물에 대한 사랑이 넘쳐나요. 물론 한국에서 유기견이 한 마리 들어올 때마다 미국의 버려진 개가 죽어간다는 부정적 시각도 있지만요.”

지난여름 캘리포니아주로부터 비영리단체 승인을 받은 ‘해피엔딩 레스큐’는 소형견 구조를 위주로 활동하는 노-킬(No-Kill·안락사를 시키지 않고 입양을 주선하는) 레스큐 단체다. 스테파니 정 대표를 비롯해 강아지를 아이만큼 사랑하는 자원봉사자, 후원자들로 운영되고 있다. 소형견 1마리가 한국에서 LA로 건너오는데 드는 비용은 중성화 수술비, 예방 접종비, 구충, 벼룩/진드기 예방약, 약간의 미용비, 운송료, 기타 소요 경비를 포함해 약 800달러 선. 해피엔딩 레스큐를 지탱하는 후원자들의 100% 도네이션으로 충당되고 있다.

현재 해피엔딩 레스큐를 통해 입양이 가능한 강아지는 베베, 멜로디, 토토 3마리이다. 그 중에서 비행기를 타고 추수감사절에 도착한 멜로디는 ‘해피엔딩 레스큐’의 스물여섯 번째 식구이다. LA로 날아올 당시는 새끼인 꼬미와 함께였지만 꼬미는 1주일 만에 미국 가정에 입양됐다.

멜로디는 포메라이언과 치와와 혼종으로 강아지 학대를 취미로 삼는 나쁜 할아버지 화장실에서 2년을 지내다가 동물보호소 ‘케어’(CARE)에 의해 새끼인 꼬미와 함께 구조됐다. 구조 당시 꼬미의 귀는 이쑤시개로 뚫려 이불 실로 꿰맨 상태였고, 멜로디는 평생 더러운 화장실에 갇혀 생활한 탓에 지나치게 조용한 개였다고 한다.

해피엔딩 레스큐를 통해 입양된 수많은 강아지 중 최근 오렌지카운티에 입양된 ‘구원이’의 해피엔딩 스토리는 그녀를 즐겁게 만든 성탄절 선물이다. 구원이는 원래 개 농장에서 구조된 장애견. 개 농장에서 다른 개에게 물려 오른쪽 앞발이 잘리는 바람에 보호소로 인계되었다. 셰퍼드 혼종이라 운송비도 3배가량 들었고, 입양이 힘들 줄 알았는데 도착한지 1주 만에 미국인 가정에 입양이 결정됐다.


“사람만 보면 짧은 꼬리를 열심히 흔들어대며 ‘놀아 달라’고 쫄쫄 쫓아다니는 애교쟁이여서 핸디캡이 핸디캡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해요. 양부모를 잘 만난 구원이는 지금 재수술을 받고 ‘코아’(Koa)라는 이름으로 세 다리와 턱으로 쿵쿵거리며 건강하게 살아가요. 더욱 놀라운 사실은 양부모와 펫 클래스를 다니던 중 할리웃의 펫 탤런트 에이전시에서 캐스팅 제안까지 받고 있답니다.”

유기견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고 같은 뜻을 지닌 봉사자들이 운영하는 ‘해피엔딩 레스큐’는 강아지를 사랑하는 많은 한인들의 손길을 기다린다.

www.happyendingrescue.org

<글·사진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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