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랑은 감정아닌 헌신”

2008-12-1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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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감정아닌 헌신”

뉴송 커뮤니티 처치 담임 데이브 기븐스 목사가 한인교회 집회에서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의지적 결단에 따른 헌신”이라고 강조하는 설교를 하고 있다.

■데이브 기븐스 ‘뉴송 커뮤니티 처치’ 목사

한인 어머니와 미국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계 데이브 기븐스(Dave Gibbons) 목사가 최근 한인 교회의 새벽집회에서 사흘간 메시지를 전했다. 집회에 아들까지 데려온 기븐스 목사는 1993년 어바인에 ‘뉴송 커뮤니티 처치’를 창립, 한인 1.5세 및 2세들을 포함한 아시안과 백인, 라티노, 흑인 등이 어울려 섬기는 교회를 만들었으며, 세계 여러 나라에 9개 지교회를 세워 사역 중이다. 차세대와 주변인, 아웃사이더들을 위해 사역하는 것이 목표다. “뉴송교회는 1세 한인 없이는 존재할 수 없었다”고 밝힌 그가 전한 도전과 감동의 설교를 요약한다.
<글·사진 김장섭 기자>

자신·한인 어머니 버린 미국 아버지에 분노
“그래도 사랑해라” 하나님의 음성 듣고 결단
백혈병으로 타계 몇달 전 아버지와 극적 화해


그날 밤이 생각난다. 아버지가 어머니와 우리들을 버리고 떠나시던 밤이다. 그 몇 개월 전 아버지의 셰비 블레이저를 세차하다가 좌석 깔판 밑에서 카드를 발견한 일이 있다. 어머니의 의심에도 불구하고 ‘딴 여자를 만나지 않는다’고 말씀하셨던 아버지였다. 하지만 그날 내가 찾아낸 것은 다른 여자가 아빠에게 보낸 밸런타인스 데이 카드였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침대에 엎드려 울기 시작했다. 15세 때 일이다. 그때부터 아버지와 대화가 단절됐다.

몇 달 후 어머니는 아버지 차 안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울며 칼로 좌석을 찢기 시작했다. 이웃들이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경관들이 차를 에워쌌다. 아버지는 변호사와 전화를 하고 있었다. 그 때 나는 아버지에게 말했다. “한 번만 더 어머니를 터치하면 당신을 죽여버릴 거야”라고. 당시 내 안에는 적개심과 분노가 가득했다.

대학 2학년 때였다. 풋볼 구장을 산책하는데 하나님께서 말씀하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너는 아버지를 사랑해야 한다” “저는 아버지에 대해 아무 감정이 없습니다. 그게 솔직한 제 마음입니다” “너는 너의 아버지를 사랑해야 한단다” “저는 아무 감정이 없다니까요” “중요한 것은 감정이 아니다. 사랑은 헌신이란다. 내 아들 예수가 감정이 있어 십자가의 길을 간 것이 아니다. 할 수만 있다면 그 잔이 지나가기를 원했지만, 너에 대한 헌신 때문에 십자가를 진 것이다. 너도 너의 아버지에게 헌신해야 한다”

그일 후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크리스마스 때 뵙고 싶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그의 새 부인을 만났다. 아버지의 눈을 쳐다보며 나는 말했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저는 아버지께 좋은 아들이 아니었습니다. 절 용서해 주시겠어요?” 그 때 키가 6피트나 되는 덩치 큰 아버지가 울기 시작했다. “데이브, 플리즈 포기브 미(Dave, please forgive me).”

그 후에도 아버지에 대한 특별한 감정은 없었다. 2년 전의 일이다. 사역 때문에 태국에서 살던 시절이다. 아버지와 통화를 했다. 65세로 은퇴를 앞둔 아버지는 “백혈병 진단을 받았고 의사들이 죽을지 모른다고 했다”고 전했다. 애리조나의 병원으로 아버지를 찾아갔다. 살이 빠져 홀쭉해진 아버지를 본 순간, 포옹하며 “사랑한다”고 했다. “아버지의 새 부인을 모실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 이제는 아버지를 향한 느낌이 많다고 말했다. 그 때 오래 전 교회를 떠나 있던 아버지가 “성경을 사줄 수 있니?”라고 부탁하셨다. 즉시 성경을 사드렸고 몇 주 후 다시 만났을 때 아버지는 이렇게 말하셨다. “신약성경을 다 읽었다. 하나님께서 내게 ‘너는 너무 오래 내 곁을 떠나 있었구나’라고 말씀하시더라.” 몇 달 후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 나는 그가 하나님과 화해하셨음을 확신한다. 또 내가 아버지와 화해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모른다.

자녀들이 영향력을 끼치는 세대로 자라도록 하기 위해 한인 1세들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이 있다.

첫째는, 그들을 놓아주어야 한다. 1세들은 너무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의 꿈마저 대신 재단해 주려고 한다. 한인 중 자녀 이름을 ‘하버드’ ‘예일’이라고 짓는 사람도 있다. 그들이 우리의 자녀이기 이전에 하나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잊지 말자.


둘째는, 자녀들에게 관대함을 보이는 일이다. 자녀들은 특별히 사춘기에 부모에게 감사할 줄 모를 뿐 아니라 비판하고 반발하기 일쑤다. 그래도 하나님이 우리에게 보여주신 관대함으로 그들을 대해야 한다.

셋째는, 그들을 용서해야 한다. 원어에 보면 성경 비유에 나오는 탕자의 아버지는 집으로 돌아온 아들에게 입맞춤을 거듭거듭 한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헌신임을 기억하자.

넷째는, 자녀들을 축복해야 한다. 축복은 그들을 터치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그들에게 주신 특별한 사명을 인정하고, 자녀에게 이민자로서 이중문화 속에서 살게 된 것이 얼마나 큰 복인가를 가르쳐 주어라. 어떤 경우라도 자녀들을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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