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숫자·건물서 벗어나 성경으로”

2008-12-16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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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태운 남가주한인목사회 신임 회장

“숫자·건물서 벗어나 성경으로”

남가주한인목사회 석태운 신임 회장은 인터뷰에서 “회원자질 향상을 위한 세미나 등을 계속하면서 1.5세 및 2세 영입, 타인종과의 교류, 커뮤니티에 뿌리 내리는 교회 만들기 등에 힘쓰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미약한 제가 목사회 회장을 맡아 섬기는 일이 한인 교회가 주님이 원하시는 교회로 바뀌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15일 세리토스 동양선교교회에서 열린 남가주한인목사회 정기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제42대 신임 회장에 선출된 이 교회 담임 석태운 목사(63). 스스로를 ‘1세 한인 문화와 가치관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부르는 그의 관심은 남다른 점이 있다.

우선 석 회장은 목사회를 통해 목회자들이 ‘성경적인 교회상’ 정립에 관심을 갖는 풍토를 만들고 싶다는, 일견 소박한 것 같지만 야무진 꿈을 꾸고 있다.


“한인교회는 흔히 물량주의, 전시형 선교 등 한국 개발시대의 논리를 갖고 있습니다. 때문에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끝까지’라는 원리를 잊고 바로 곁의 이웃은 돌아보지 않은 채 먼 곳만 선교하는 오류를 범합니다. 크리스천은 교회 안이 아니라 세상에서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합니다. 교회는 자신이 아니라 커뮤니티를 위해 존재하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교회는 사회를 위해 존재… 나누고 베푸는 사역 필요
히스패닉 섬기기·2세 목회자 영입 등도 적극 추진

교회는 더 이상 약자가 아니고 부자이므로, 커뮤니티의 아픔을 품고 나누고 베푸는 거룩한 사역에 힘써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커뮤니티와 함께 호흡하며 시의회 선거 등의 이슈에서도 목소리를 내야 합니다. 평소에 교회가 소속된 커뮤니티와 유대를 강화해야지, 어떤 문제가 생긴 후에 대책을 마련하려고 하면 이미 늦지요.”

그는 또 한인 교회의 문화, 목회관이 달라져야 한다고 철저히 믿는다. 숫자와 건물을 늘 얘기하는 데서 벗어나 본질로,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부르짖는다. “자본주의화 된 기독교에서 탈피해야 합니다. 제 자신도 그런 잘못된 범할 때가 있어 회개합니다. 교회가 커야 선교할 수 있다는 생각이 한 예죠. 선교는 복음의 능력으로 하는 것인데 말입니다. 사람들이 교회를 볼 때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양’ 같았던 예수님의 모습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큰 교회들이 약한 교회들을 돕는 일에도 적극 나서야 합니다.”

너무 헐벗었기에 모으고 움켜쥘 수밖에 없었던 옛 한국의 구시대적 사고와 논리를 세계화의 시대 미국에서까지 고집해서야 되겠느냐고 탄식하며 목회의 방향전환을 역설하는 그다.

히스패닉과의 관계도 그가 관심을 갖는 주요 이슈다. “대화 중 그들을 지칭할 때는 가장 높은 존칭어로 부른다”는 그는 “그들이야 말로 우리가 좋은 집, 좋은 차, 좋은 교육을 누릴 수 있도록 우리 삶을 떠받쳐 주는 존재다. 크리스천부터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 아니 하나님 섬기듯 그들을 섬겨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목회철학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앞으로 석 회장은 전임 김재연 회장이 성공적으로 진행했던 사업을 계승하면서 목사회의 새로운 방향도 모색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것이 1.5세 및 2세 목회자들을 임원으로 적극 영입하는 것이다. 이민 초창기에 부모 손을 잡고 온 자녀들이 이제 40~50대가 되어 가는 지금, 한인 교회의 담임목사를 맡기는 등 그들이 뜻을 펼칠 수 있는 마당을 넓혀 주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제 이민교회의 장래를 놓고 그들과 기도하며 토론해야 한다고 그는 믿는다.

그는 은퇴한 선배 목회자들을 돕는 일도 고민 중이다. 구체적 계획은 서지 않았으나 어떤 모양으로든 그들의 필요를 채우고 싶다는 게 그의 소원이다. 현재의 목회자들이 열매를 누릴 수 있도록 사랑의 수고와 소망의 인내를 감내했던 그들을 외면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기 때문이란다. “힘들어도 목사는 목회할 때가 가장 행복하지요. 은퇴하면 처신도 쉽지 않고 교회도 아무 곳이나 마음대로 못 가잖아요. 저희 교회가 이렇게 좋은 곳에서 예배 드리는 것도 다 울며 씨를 뿌렸던 그분들 덕이거든요. 우리가 제대로 목회했는지 여부는 다음 세대의 열매를 보면 알게 되겠지요.”
일찍 신학을 해 한국의 옥한흠 목사 등과 총신대 동기인 석 회장은 도미 후 캠퍼스 사역에 진력하다 1985년 웨스트민스터에서 ‘오렌지카운티 동양선교교회’를 창립했으며, 벨플라워 시대를 거치면서 세리토스 동양선교교회로 개명한 뒤 1994년 예배당을 신축, 현 위치로 옮겼다. 이 교회는 지금도 그가 설립해 대표를 맡고 있는 KCM(미주대학선교협의회)을 통해 버클리에서 샌디에고에 이르는 지역의 한인 대학생들을 열정적으로 섬기고 있다. 멕시코선교센터를 세워 지난 15년간 전 교인이 매년 12월25일 멕시코에서 성탄예배를 갖는 등 히스패닉 복음화에도 많은 자원을 쏟아붓고 있다.
<글·사진 김장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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