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입양

2008-12-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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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세 초등학교에 막 진학한 막내딸 예진이는 하나님께서 우리 가정에 선물로 주신 늦둥이다.

아이들이 모두 사랑스럽고 귀엽지만 막내딸이 하는 짓은 정말이지 무슨 짓을 해도 다 예쁘고 귀여워 혼자보기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팔불출 아빠’라고 누가 흉을 봐도 상관없다. 그런데 늦둥이로 태어나다 보니 위에 언니, 오빠와는 나이 차가 일곱살이 나고, 지 언니 오빠는 짝이 되어 잘 노는데 가끔씩 막내만 짝이 없는 듯한 느낌이 들 곤했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의논한 게 예진이 나이 또래의 사내아이를 입양해 보자는 것이었다.


이 나이에 또 아이를 하나 낳는 것은 주변사람들 보기에도 좀 그렇고, 입양을 하면 불우한 환경 가운데 있던 한 아이의 영혼을 변화시키는 의미 있는 일이기도 하기에 함께 기도하면서 구체적으로 입양을 위한 자료 수집을 시작했다.

우선 해외 입양과 국내 입양에 관련된 정보들을 알아보았는데, 여러 가지 면에서 국내 입양이 우리에게는 더 맞는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많은 사람들이 입양이라 하면 해외에서 아이를 데려오는 것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 알고 보니 미국 내에 만해도 위탁가정(foster family)에 있으면서 입양을 대기하고 있는 아이들만 30만명이 넘는다는 것이다. 또한 입양절차며 수속비용이 해외 입양의 경우는 턱도 없이 많은 비용과 오랜 기간이 걸려 우리와 같은 형편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국내 입양이 여러 가지 면에서 적절하다는 그런 결론을 내리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게 구체적으로 입양을 위해서 기도하며 정보를 알아보고 있는데 출석하고 있는 교회에서 국내 입양을 위한 특별 캠페인을 실시한다는 광고를 했다. 우리는 순간적으로 이것이 기도 응답이라고 믿었다.

국내 입양과 관련된 기관의 관계자, 소셜워커 등을 교회가 주관이 돼서 한 자리에 다 모아 준다는 것이니 이처럼 감사한 일이 어디 있는가. 우리는 가장 먼저 입양 캠페인의 참석자로 등록을 했고, 지난 11월 입양 세미나가 열렸던 행사장에서 입양에 필요한 서류들을 작성해 관계기관에 제출했다. 앞으로 남은 절차는 우리 부부가 입양을 하기에 적합한 사람들인지를 저들이 검증하고 난 후 우리가 원하는 연령대의 사내아이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는지 알아보고, 또한 입양을 하기 전에 우리 부부는 약 40시간 정도의 소양교육을 받아야 한다.

물론 입양에 대해서 아직까지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입양한 아이를 과연 친자식과 같이 사랑해 줄 수 있을까에 대해서 회의적인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큰 딸 예은이가 “우리는 다른 아이를 우리 가족 안으로 데려 들어오는 것이 싫다”고 말할 때는 “아직 때가 아닌가 보다”라는 판단이 들어서 마냥 시간을 늦춰왔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그동안 지속적으로 입양에 대해서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가족 예배 때마다 불우한 아이들을 위해 기도하게 하고 입양의 아름다움에 대해서 자주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 아이들의 생각도 많이 변했다. 그래서 이제는 때가 되었다고 결정을 하게 된 것이다.

삶의 의미는 소유에 있지 않고 나눔에 있다. 길지 않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나눠야 한다. 삶을 나누고 인생을 나누고 무엇보다 사랑을 나누는 것이 가장 소중하다. 입양은 내가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다른 영혼과 나누는 일이다.

나는 교회가 앞장서서 더 많은 크리스천들이 불우한 아이들을 입양하게 되는 일들이 생기길 바란다. 또 한해를 어김없이 보내면서 우리 가족은 이제 내년 이맘 때 쯤 이면 한명이 더 늘어 있을 우리 가족을 모습을 그려보면서 미리 하나님 앞에 감사의 기도를 올린다.

백 승 환
(목사·예찬출판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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