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겨울바다, 중가주 해안 ‘낭만코스’로

2008-12-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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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추억만들기

샌시메온, 캠브리아, 샌타바바라 그리고 솔뱅…. 중가주 센트럴 코스트(Central Coast)는 남가주에서는 결코 멀지 않는 지역이지만 남가주와는 매우 다른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고 있는 곳이다. 시간상으로는 불과 2~3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지만 심리적으로 느끼는 거리는 그 이상이다. 라스베가스, 그랜드캐년, 요세미티 등 남가주 한인들에게 대표적인 여행지에 비해 이름이 주는 무게감은 떨어지지만 이곳들에 한 번씩 다녀왔다면 이제는 중가주 여행도 적극 권할 만하다. 할인쿠폰을 이용해 인터넷으로 숙소를 미리 정하고 한두 끼 정도의 음식을 준비한다면 2명이 함께 여행해도 1박2일 여행경비가 200달러를 넘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요즘 같은 불경기에 여행은 하고 싶고, 여유는 충분치 않다면 제격인데 비수기인 지금 더욱 저렴하게 여행에 나설 수 있다. 겨울이기 때문에 더욱 아름다운 캘리포니아 센트럴 코스트로 주말 여행을 떠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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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시메온 해변 주립공원. 높이 자란 해송과 멀리 바다로 뻗어 있는 피어가 볼만하다.


파도 너머 환상적 일몰 장관

■샌시메온(San Simeon)

LA에서 101번을 타고 4시간가량 북쪽으로 이동하면 샌시메온이 나온다.

중가주 여행에서 제일 첫 번째로 들러봐야 할 곳이지만 허스트캐슬이라는 유럽풍의 성에 가려져 오히려 도시 이름은 익숙하지 않다. 인구가 채 1만명도 되지 않는 샌시메온은 1마일 길이의 1번 도로를 가운데 두고 다운타운이 형성돼 있다. 다운타운이라고 해 봐야 여행객들을 위한 모텔과 식당 등이 전부지만 다운타운과 바로 붙어 있는 해안가는 남가주에서는 느낄 수 없는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허스트캐슬을 지은 윌리엄 랜돌프 허스트가 이곳에 자리 잡은 이유는 바로 절벽을 끼고 있는 이 해안 때문이다. 절벽 바로 옆 산책로에서는 바다 기러기는 물론 윈드서핑을 즐기는 서퍼들의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샌시메온 다운타운에서 허스트캐슬까지 거리는 북쪽으로 3~4마일에 불과하다.

1박2일 여정이라면 이곳에서 1박하기를 권한다. 인터넷(www.roomsaver.com)을 이용하면 저렴한 가격에 룸을 예약할 수 있다.

이곳은 캠핑을 하기도 좋은 곳인데 샌시메온에서 북쪽으로 35.2마일 지점에 있는 커크 크릭(Kirk Creek) 캠프장은 캘리포니아 해안의 아름다운 절경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1번 하이웨이의 절경을 관찰하면서 캠핑을 즐기게 되는데 그 유명한 빅서가 캠핑장이 북쪽으로 35마일 거리에 있다.

캠프장 앞 해변에는 일광욕을 즐기는 바다사자와 조개를 건지는 수달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특히 몰아치는 파도 너머로 펼쳐지는 해넘이가 장관이다. 잔디를 사이에 두고 캠프 사이트가 만들어져 있으며 나무들이 옆 캠프와 자연스럽게 칸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 화장실은 있지만 샤워시설은 없다. 연중 오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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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카페·갤러리 예술인 마을 정취

■캠브리아(Cambria)

샌시메온 구경을 마친 다음 남쪽으로 4마일 정도 내려오면 ‘예술인들의 마을’이라고 불리는 캠브리아에 도달한다.

샌루이스 오비스포에서 북쪽으로 약 50분 정도 거리로 서민들의 몬트레이라고도 불리는 중가주의 숨은 진주이다. 바닷가 소나무 ‘해송’이 멋들어지게 자라고 있는 캠브리아는 1번에서 빠져나오면 바로 연결되는 메인 스트릿을 따라 좌우에 도시가 형성돼 있다. 거리에는 이곳에서 상주하는 예술인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갤러리들과 노천 카페가 멋있는 식당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차를 세워놓고 길을 걷다 마음에 드는 갤러리에 들어가 그림을 감상하고 피곤하면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기도 좋다.
동화에 나오는 곳처럼 아담하고 정겨운 느낌을 주는 이곳에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 중 하나인 문스톤비치가 있다.

흰 모래밭과 맑디맑은 물빛을 자랑하는 문스톤은 썰물 때 소라와 불가사리 그리고 재빨리 움직이는 조그만 게들을 관찰할 수 있어 아이들이 좋아한다.

바다와 육지가 조화를 이루며 뒤편으로는 경사가 원만한 구릉들과 평화로운 들판이 이어진다. 시원한 바닷바람과 함께 들꽃 향기에 취해 이곳을 찾는 방문객에게 오랜 추억을 만들어 준다.

문스톤비치에서 남쪽으로 15분 거리에 있는 하모니(Harmony)라는 작은 마을도 들러볼 만하다. 그림 같은 상점과 양조장이 있는데 20세기 초반으로 장식된 화단을 거느리면 아주 딴 세상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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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바다의 정취를 한껏 만끽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의 센트럴 코스트.


낚시·온천·캠핑 등 다양한 코스 가능


■모로베이(Morro Bay)

캠브리아에서 남쪽으로 30분 정도의 거리에 위치한 아름다운 해안도시인 모로베이는 보수적이며 주변에 자연적인 관광자원이 풍부한 독특한 도시이다. 만의 입구에 거대하게 들어선 576피트 높이의 모로바위가 가득 눈에 들어온다.

이 작은 항구에는 레저용 요트보다는 고기잡이배들이 많이 정박하고 있어 색다른 정취를 자아낸다. 저녁시간에 석양이 물든 바다 위로 솟은 모로바위는 장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작은 항구답게 각종 음식과 신선한 생선의 구입이 가능하다. 인근에서 직접 잡은 게와 광어, 도미, 새우 등이 군침을 삼키게 한다. 해변을 끼고 20여개의 레스토랑이 있다.

바닷가에서 도미낚시도 할 수 있는데 보통 물때만 잘 맞추면 15인치의 대어를 낚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낚시는 물론 오션 카약, 요트, 산악 모터사이클, 해양생물 관찰, 하이킹, 골프 등을 즐길 수 있다.

40여개의 호텔과 모텔이 있다. 모로베이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정보는 모로베이 관광청(800-231-0592, www.morrobay. org)으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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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안개가 해안가를 둘러싸고 있는 캠브리아의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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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시메온 등 중가주 해변에서 만날 수 있는 바다사자 무리.


■아빌라비치

모로베이 여행을 마치고 남쪽으로 40분 정도 내려오면 아빌라비치를 볼 수 있다.

한국의 남해나 서해에 있는 한적한 시골마을을 연상시키는 이곳은 바다로 길게 뻗어 있는 피어에서 낚시꾼들과 물개들을 만날 수 있다. 즉석에서 껍질을 깨고 파는 굴 요리도 맛볼 수도 있다. 아빌라비치에는 숲속의 노천온천으로 유명한 시커모어 온천(www.sycamoresprings.com)에서 여행에 지친 몸을 따뜻하게 데울 수도 있다. 온천 요금은 시간당 15달러 정도지만 손님이 많아 예약이 필요하다.


■샌타바바라

모로베이 다음에는 샌타바바라라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도시가 나온다. 샌타바바라는 해안이 아름다울뿐 아니라 해안과 바로 붙어 있는 다운타운도 볼거리가 많다. 걸어 다니기에 충분한 거리다. 미션을 좋아하는 여행객이라면 샌타바바라 시내와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샌타바바라 미션을 둘러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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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미션 등 수많은 관광지가 방문객들을 기다리고 있는 샌타바바라.

■솔뱅

‘작은 덴마크’로 불리는 솔뱅 역시 설명이 필요 없는 곳이다. 샌타바바라에서 40분 거리의 솔뱅은 마치 북유럽의 작은 마을을 옮겨놓은 듯한 신비로운 분위기다. 도시 입구의 샌타이네즈 미션은 남유럽의 지중해식 건축양식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가는 방법

LA에서 중가주로 가는 방법으로는 1번 퍼시픽 코스트 하이웨이와 101번 프리웨이 두 가지가 있다. 1번과 101번은 중간에서 만났다가 떨어졌다가 하는데 이동할 때는 101번을 타고 가다 목적지 부근에서 1번으로 갈아타는 방법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이다. 샌루이스 오비스포(San Luis Obispo)가 나오면 1번 하이웨이로 바꿔 타고 약 30분 북상하면 모로베이, 캠브리아, 샌시메온 등이 차례로 나온다.

여행사를 이용하면 기차를 타고 여행할 수도 있다. 타운 내 한인 여행사들은 LA 다운타운 유니온 스테이션에서 출발해 샌루이스오비스포까지 열차를 타고 이동한 뒤 여기서부터 아빌라비치, 다음날 샌시메온, 솔뱅 등을 여행하는 1박2일 상품을 내놓고 있다. 가격은 1인당 189달러로 숙박비와 열차요금 등을 고려하면 저렴한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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