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두레마을 이야기- 신앙의 삶

2008-11-29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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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그 맛을 한껏 내뿜고 석류도 자신의 아름다운 속살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시기입니다.

아직은 많은 감과 석류가 있지만, 남아있는 열매들보다 이미 다 따낸 나무들의 빈자리가 훨씬 더 크게 느껴지는 쓸쓸한 계절입니다. 과일 열매도 열매지만 스스로 겨울을 대비라도 하는 듯 자신의 수분과 온갖 영양분을 뿌리로 끌어내리고, 남아있는 나뭇잎들은 각각 노랗고 붉은 아름다운 색상으로 변한 채 바람에 밀려 여기저기로 흩어지며 떨어지는 모습은 땅을 축복하는 아름다운 춤사위 같습니다.

저는 요사이 나무에 매달려 있는 푸른 잎사귀도 아름답지만, 어디서 오는지도 모르는 바람에 밀려 떨어지는, 온갖 영양과 수분이 다 빠져서 더 아름답게 변화된 나뭇잎이 더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그것을 바라보면서 제 몸의 마지막은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 보지요.


자연의 삶에 순응하며 사는 것이 좋다고들 이야기하지만 대부분 자연의 품에 거하는 걸 좋아하기보다는 인간 사회 속에서 살아가기를 좋아하는 건 아마도 익숙한 것이 편하다는 생각 때문이겠지요.

그 속에서 태어나고 서로 경쟁하듯 자라나고 성장하게 되고 아름다운 꽃과 열매를 내보여야 하는 시기에도 나보다 더 좋은 집과 좋은 삶의 조건을 가진 이들을 쫓아가느라 허덕이며 자녀들 역시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쫓겨 서로서로 스트레스 받으며 마지막으로 갈수록 하나님과 사람, 자연에 자신의 아름다움을 내어주는 과일나무와는 반대로 몸은 고혈압, 당뇨, 암으로 병들어가고 뿌리마저 병들어가는 것이 우리들의 자화상인 것입니다. 그리고 은퇴하면 노인아파트로 가서 마지막 생을 보내게 되는 것이지요.

누구나 나름대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중요한 결정을 하게 되듯이 저도 세 가지 결정을 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첫째로 가족과 함께 농사하면서 살겠다는 것이고, 둘째는 자연과 더불어 아름다운 삶을 만들기를 원하시는 이들, 쉼과 회복이 필요한 이들과 더불어 자연을 닮은 공동체를 이루어 살겠다는 것이고, 셋째는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제 자신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접근해 보겠다는 것인데 그것은 정의와 평화에 대한 문제입니다.

이것은 사실 제 자신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환경-생태문제는 인류가 당면한 문제이면서 제 자신의 삶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고, 강도만난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사람이 가야하는 길이라는 것을 알려주신 예수의 말씀에 따라 이 땅의 강도만나 어렵게 된 우리의 이웃들, 즉 이방인이 주인이 되고 주인이 이방인처럼 되어버린 이 땅의 인디언들, 국제 결혼하여 몸과 마음이 어렵게 된 이들, 북한의 동포들을 사랑하는 일은 어쩌면 우리들의 존재 이유이기도 한 것입니다. 어째든 이 세 가지 결정을 바라보며 가고 있습니다.

자연에 속해있는 나무가 땅 위에 드러난 몸을 비우고 보이지 않는 땅 속의 뿌리에 집중하는 모습은 스님들의 동안거를 닮았습니다. 신앙의 삶이란 어쩌면 이래야 하는 것이지요. 눈에 보이는 세계를 사는 만큼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세계에 집중하는 삶, 그것이 신앙의 삶이 아닐까요?
내년 1월 둘째주(12일부터 17일)에 몸비우기 행사가 있습니다.

참여를 원하시는 분들은 661)319-3370, 661)834-2104 gyubaik@gmail.com 으로 연락주십시오.

조규백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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