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추수감사절과 북한 동포

2008-11-28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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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북한 당국은 외국인이 들어갈 수 있는 모든 통로를 폐쇄하고 있습니다. 평양으로 들어가는 항공로를 제외하고는 육로의 모든 입국세관이 봉쇄되었습니다. 따라서 가뜩이나 힘든 민간지원 단체들은 이중 삼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금년 1월부터 중국정부는 중국에서 외국으로 나가는 모든 곡물 수출을 금지시켰습니다. 그동안 중국에서 밀가루를 구입하여 북한으로 가져가던 민간 지원단체들은 밀가루 지원의 길이 막혔습니다. 거기다가 최근 북한의 입국통로 봉쇄로 또 하나의 어려움이 겹첬습니다. 이런 와중에 북한에 있는 우리 동족들은 우리가 상상하기 힘든 어려움을 겪고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근의 유엔식량계획의 발표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이 받는 식량배급은 1개월에 1주일 치의 곡물입니다. 그 곡물도 전부 쌀이 아니고 주로 밀가루, 강냉이가루 등의 잡곡입니다. 그 식량으로 그들이 한 달을 연명하고 사는 방법은 산이나 들에 나가서 뜯어온 각종 식초들을 섞어서 멀건 죽을 끓여 하루에 두 끼 정도 먹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형편도 봄부터 가을까지에 한합니다. 겨울이 닥쳐오면 북한 주민들의 삶이란 그야말로 극한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산이나 들에도 먹을 것이 없고, 방안을 데울 연로가 없고, 몸에 껴입을 의류도 부족합니다. 북한 주민들의 아사자가 겨울에 급증하는 것은 세계가 다 아는 일입니다. 저는 지금 북한을 비난하거나 헐뜯으려고 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정치나 이념을 넘어서 북한 동족들이 겪는 이런 고통과 배고픔을 겪고 있는 우리 북한 동포들의 처지를 우리가 그리스도인이라면 좀 알아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요즘 세계에 불어닥친 불황의 파도는 재미 동포들의 삶에도 추위를 몰아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내 살기가 어려운데 언제 북한동포 생각하겠느냐’고 할 분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려움에도 정도가 있습니다. 북한 동족들의 어려움은 우리가 겪는 어려움에 비교가 안 되는 극한적인 고통이고 원초적인 배고픔입니다.

북한지원 민간단체들은 북한의 세관 폐쇄가 오래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의 지난 가을 수확이 바닥이 나는 연말이나 연초쯤에는 북한 지원이 가능해 지리라고 보는 게 민간 지원단체들의 견해입니다. 더 이상 북한이 입국을 폐쇄하면 북한 주민들의 배고픔을 더 이상 억제하기 힘들게 될 것입니다.

요즘 우리는 추수감사절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지난 일년간 하나님께서 우리 삶에 더해주신 수확과 축복을 감사하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감사란 무엇입니까? 더구나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란 무엇입니까? 그 감사는 말로 하는 것도 아니고, 친척이 모여 앉아서 터키고기를 나누며 즐거운 한 때를 보내는 것도 아닙니다. 진정으로 하나님께 드리는 감사는, 내 불행한 이웃을 돌아보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이런 때 불행하고 굶주리는 내 동족들을 위하여 작은 성의라도 보태거나, 내 동족을 위하여 드리는 진정어린 기도가 우리의 감사 태도가 아니겠습니까.

불행한 내 동족을 생각하는 것, 그리고 그들을 행하여 내 손을 내 미는 것, 그것은 어느 특정한 사람들의 해야 하는 일이 아닙니다. 오늘 내 씀씀이를 조금씩 아껴서 내 동족들을 위해 북한 지원 민간기구에 보내주시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고, 또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가 그럴 수 있을 때, 우리는 믿음의 의식을 가진 사람이고, 진정 추수감사절을 감사로 보낸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그럴 수 있을 때 우리는 우리 자신을 위하여 하나님의 도움을 떳떳하게 요청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송 순 태
(해외동포 원호기구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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