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양노엘 신부님 영전에

2008-11-25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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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나라에서 편히 쉬소서

신부님, 양 신부님, 몇 번이고 불러보고 또 불러보고 싶은 다정하셨던 양 신부님!

주님께서 참신한 사제 한 사람을 이 세상에 그것도 어려운 시절, 한국 땅에 보내시어 그토록 그 나라를 사랑하게 하시고 그 나라 사람들을 아끼게 하셨음을 감사드립니다.


신부님은 주님이 주신 과업을 훌륭하게 수행하신 모범적인 사제이셨습니다.

그러한 신부님을 더 오래 편히 모시지 못하고 떠나보내야만 하는 남가주의 모든 한인 신자들은 그 슬픔을 오래 참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좀 더 당신의 양들을 돌보실 수 있는데, 무엇이 그렇게 급하셔서 훌쩍 우리 곁을 떠나신단 말입니까. 참으로 슬프고 안타까운 일입니다.

신부님과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이 그때까지도 아직 살아가야 할 좌표도 정하지 못할 25세의 나이에 가족과 정든 고향 아일랜드를 등지고 낯선 이역만리 한국에 오셔서 어렵고 힘들었던 우리들을 친형제처럼 돌보시고 인도하셨던 20년, 힘든 사람들을 위해 몸과 마음을 아까지 아니하셨던 이민 사목 25년, 그 긴 세월을 한국 사람보다 더 한국 사람답게 사셨던 신부님께 엎드려 감사를 드립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보시면 신자 비신자 가리지 않으시고, 전후좌우 살피지 않으시고, 앞뒤 순서 물어보지 않으시고, 이해관계 따지지 않으시고, 말씀대로 실천하신 신부님께 고개 숙여 존경을 표합니다.

사목회장인 저희들이 마리아 성당에서 모임을 갖는 날이면 저녁식사에 직접 오셔서 포도주를 따라주시며 격려하시던 인자하신 모습, 그 성당에서 마지막으로 미사를 집전하시던 광경, 성당 곳곳에 남기고 가신 그 흔적들, 우리들은 이 모든 기억을 아름다운 추억으로 오래 가슴에 간직하고자 합니다.

신부님 가시는 길, 저희가 붙잡을 수 없습니다. 주님께로 가시는 길 저희가 막을 수 없습니다. 고이 가시옵소서. 편히 잠드시옵소서. 부디 하느님 나라에서 영원히 머무소서. 남가주 모든 신자들이 두 손 모아 주님께 기도드립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박홍기(남가주 가톨릭 평신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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