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활인의 신앙 -“너희는 두려워 말라”

2008-11-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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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불경기에 산불까지 겹쳐 모두들 걱정이 태산 같다.

은퇴자금이 두 동강이 나고, 직장 해고를 걱정하며 잠못 이루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다.

한 세상 살다보면 때로 어려움에 부딪히는 것이 인생살이다. 일년 가운데는 꽃피는 봄철만 있는 것이 아니고 뙤약볕이 쨍쨍 내려 쪼이는 무더운 여름철과 눈보라 치는 추운 겨울이 있는 것 같이, 인생길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인간 생각에는 사시사철 꽃피고 새가 노래하는 봄날만이 천국이겠지만, 창조주의 법칙은 이와 다를 때가 많다. 이것을 깨닫는 것이 지혜이며, 이 깨달음이 인생길에 용기를 심어준다.

언젠가 월간지 ‘광야’에서 읽은 적이 있는 이야기다. 한 청년이 보트로 바다를 항해하던 중 배에 고장이 생겨 바다 한 가운데서 표류하게 되었다. 생명의 위협을 느낀 젊은이는 하느님께 간절히 기도했다. “저발 저 좀 살려 주십시오.” 그런데 얼마 안 돼 갑자기 먹구름이 일면서 세찬 비바람이 불어치기 시작했다. 절망한 나머지 화가 난 젊은이는 하느님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살려주시기는커녕 비바람까지 보내시어 영영 살아날 가망이 없다고 생각한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내 비바람이 서서히 잦아들고 또 다시 뜨거운 태양이 내려쪼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견딜 수 없이 목이 탄 젊은이는 보트에 가득 차 있는 빗물로 목을 축이고 머리도 감았다. 그러는 사이에 세찬 비바람으로 고장난 보트가 육지 가까이 밀려가 있었다. 결국 잠깐 동안 불어닥친 그 비바람이 실은 젊은이를 살아나게 한 것이다.

인생길도 알고 보면 이런 항해와도 같다는 생각이다. 곧 죽을 것만 같았던 순간도 지나고 보면 이와 비슷한 경우들이 많기 때문이다. 실은 이런 사실을 안다 해도 나약한 존재이기에 절망이 앞설 수밖에 없는 것은 인간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그래도 이런 어려움이 때로 하느님을 찾게 되는 복의 계기가 될 수 있음 또한 부정할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느님은 복을 주시는 방법으로 때로 인간이 깨달을 수 없는 수많은 방법을 사용하고 계심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알고 싶으면 독서를 권한다. 지금까지 저술된 무진장한 책 안에서 우리는 수많은 인생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각자의 삶 속에서 하느님이 어떻게 역사하고 계심을 어렴풋이 바라다보며 깨달을 수 있기에, 요즈음 같은 어려울 때는 특히 성서 읽기를 권하고 싶다. 한 예로 구약에 나오는 ‘아브라함’과 ‘요셉’의 삶을 통해 역사하시는 하느님의 손길을 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아브라함은 나이 75세가 되었는데도 혈육 하나 없는 외로운 사람이었다. 의지하며 살 자식이 없었기에 그는 고향을 떠나 낯선 약속의 땅으로 가라는 하느님의 말씀을 순순히 받아들여, 결국 ‘믿음의 조상’이 되는 복을 받았다. 아브라함의 증손자인 요셉도 형제들의 시기로 이집트에 팔려가 종살이를 하면서 결국 억울하게 감옥까지 가나, 결국은 이것이 복으로 변해 이집트의 국무총리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렇기에 인생길에서는 부족함마저 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증권이 폭락하고 금융계가 요동치는 요즘 불경기에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힘은 ‘너희는 내가 택한 내 사람이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희와 항상 함께 있겠노라’(시편 43:1)라고 약속하신 하느님의 음성 아니겠는가.

김 재 동
<가톨릭 종신부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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