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방법

2008-11-12 (수)
크게 작게
몇 년전 처음으로 백화점에 두 번째 가게를 냈을 때의 일이다. 처음에는 우리 식당이 잘 알려지지 않아서 많이 고생을 했지만 크리스마스와 연말이 다가오면서 갑자기 바빠지기 시작했다. 나는 모자란 일손을 보충하기 위해서 일하는 종업원들에게 친구를 데려오라고 부탁을 했다. 며칠 후 소개를 받고 온 사람들을 만나서 인터뷰를 했다. 그런데 한 친구는 사고로 손가락 한마디가 없는 장애인이었다. 나는 처음에는 그 친구를 뽑을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그 눈이 참으로 성실해 보여서 몇 가지 일을 시켜보았고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아서 그 친구를 채용했다.

그리고 그해 연말은 정말 바쁘고 힘들었다. 하지만 일하는 종업원들이 최선을 다해주어서 그 시간을 아주 잘 보낼 수 있었다. 물론 손이 불편한 그 친구도 내 기대 이상으로 열심히 일을 해주어서 나를 기쁘게 했다. 얼마 후 나는 그 친구를 집에 데려다 줄 기회가 있었다. 나는 몇 가지 일상적인 대화를 하다가 돈을 벌어서 어디에 쓰느냐고 물어보았다. 그 친구는 반은 여기서 생활을 하는데 쓴다고 했고 반은 멕시코로 보낸다고 했다. 그리고 그 돈은 홀어머니와 몇 년전 알콜중독으로 죽은 형의 아들을 위해서 생활비로 쓰여진다고 했다. 나는 그 말을 들으면서 멕시코 산골짜기에 사는 가난한 한 가족이 내가 주는 월급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신기했다. 그러면서 내 마음속에 어떤 책임감과 의무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것은 귀찮고 고역으로 느껴지는 부담감이 아니라 나를 통해서 여러 사람이 좋아지는 데 일조한다는 기쁨이었다. 또한 더 열심히 일해서 나와 내 가족만이 아니라 우리가게에서 일하는 종업원들과 그들의 가족들까지 풍요로운 삶을 살게 해주고 싶은 열망이 마음속에 생겼다. 이런 마음들이 내게 일에 대한 열정을 주기 시작했고 어떤 어려움과 불경기에도 내가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가 되었다.

가끔씩 큰 식당을 운영하는 사장님들을 만나면 이렇게 힘들게 가게를 운영해서 종업원들 좋은 일만 시킨다는 푸념을 듣는다. 그럴 때 나는 “사장님 그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입니까? 사장님의 노력으로 많은 사람들이 먹고살고 자식들 교육시키고 그런 것에 의미를 둔다면 가게를 운영하는데 힘과 용기가 생길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장님들은 내 말을 아직 세상을 모르는 철부지가 하는 말 정도로 치부하곤 한다. 물론 사업이 어려워서 나 살기도 힘든데 종업원들에게 책임감을 가지라는 것이 지나치다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궁극적으로 종업원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주인 스스로를 위하는 방법이라는 것은 내가 지난 십 이년동안 식당을 경영해 본 결과이다.


매주 반복되는 이야기인데 요즘 식당을 운영하는 것이 너무나 힘들다. 그리고 절망적인 경제뉴스를 들으면 일하고 싶은 의욕이 자꾸 없어진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해야 한다. 낙담하고 원망한다고 나아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그리고 이런 열정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나 자신만을 위해서 일한다는 작은 소견에서 벗어나 더불어 함께 한다는 마음자세를 가질 때 생긴다. 또한 이런 열정적인 자세로 사업에 임할 때 백년만에 왔다는 이런 불경기에도 용기를 잃지 않고 성공적으로 식당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이것이 핵심

1. 열정은 남을 위해서 좋은 일을 할 때 생긴다.
2. 종업원이 잘 되는 것을 기뻐해라. 주인은 그보다 열 배가 더 잘된다.
3. 나만이 아니라 더불어 함께 잘되려고 노력할 때 어떤 어려움에도 마음이 담대해진다.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