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교회의 세속화와 지성전 문제

2008-11-11 (화)
크게 작게
한국 개신교의 세속화를 우려하고 건강성의 회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지는 이미 꽤 오래되었다.

특히 세속적인 시장경쟁과 자본주의적 논리를 기반으로 개교회의 성장주의-예컨대 문어발 확장을 추구하는 지성전·멀티 캠퍼스 시스템 확립 등-에 대한 비판은 매우 체계적이고 광범위하게 개진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교회에서 뿐만 아니라 미주 한인교회 내에서도 아직까지 이러한 경향이 온존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가 2004년 9월에 개최했던 ‘한국교회 대형화 및 기업화의 문제점과 건강한 교회상’이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참조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 토론회에서 김종렬 목사(목회교육연구원장),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등은 이구동성으로 재벌의 문어발 확장을 본 딴 지성전 혹은 멀티캠퍼스 체제 구축 움직임에 우려를 표명했었다.

교회가 교회 본연의 자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이처럼 기업화 혹은 상업화하는 원인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다.

김종렬 목사는 대형화를 우상으로 삼는 성장주의를, 박종화 목사는 교회에 침투한 시장논리를, 이정익 목사는 대형교회를 꿈꾸는 목회자의 인간적 집념을 들고 있었다.

그러나 복음과 교회의 본질에 대한 곡해가 핵심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교회는 구원받은 그리스도인들의 공동체이며 가장 큰 특징은 삶으로 드리는 예배이다. 이는 교인 수나 교회당 크기나 재정 규모와 전혀 관계가 없다. 진실한 교회는 진지한 예배, 교회 공동체내의 공평한 나눔, 가식 없는 이웃사랑으로 드러나기 마련이다. 선교는 이러한 드러남의 은총이 선교의 대상자들에게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자신들의 교회가 진실한 신앙공동체가 되기만 하면 이를 성장시키는 이는 그리스도 자신이시라는 점을 믿어야 한다. 만일 어느 교회 공동체가 선교와 성장을 빙자하여 이 믿음을 저버리고 세속적 방법을 동원하기 시작한다면, 이미 세속화의 길에 접어든 것이다.

예컨대 지성전 체제의 구축은 선교를 빙자하여 세속의 전략인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려는 대표적인 방안이다.


이러한 논리의 체제 하에서는 평등한 신앙 공동체의 네트웍이 되어야 할 교회들이 본부 교회를 중심으로 계열화되고, 교회의 사역자들은 사제 계급화하며, 교인들은 막대한 자본과 노동을 투입하여 만든 프로그램을 소비하는 대상으로 전락하게 된다. 조직을 중시하는 가톨릭교회라면 또 모르겠지만 적어도 프로테스탄트교회의 입장은 아니다.

사실은 지성전 체제 문제만이 아니다. 거의 모든 한국 교회가 교회 성장을 향한 교회 지도자들의 인간적 열정에 감염되어 있다. 이 때문에 한국 교회가 복음의 본질에서 벗어나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한 세속적 태도는, 감신대 이원규 교수의 지적처럼, 교회들로 하여금 급속히 쇠퇴의 길로 들어서는 단초를 제공하게 된다. 복음의 본질에서 벗어난 교회는 결국 하나님과 사람으로부터 외면을 받게 된다는 점을 꼭 명심해야 한다.

백 종 국
(UCLA 교환교수)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