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주택시장 조기 반등? “아직 멀었어”

2008-11-06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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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주택 시장 침체는 글로벌 경제 위기의 주범. 글로벌 금융 위기가 최악의 고비는 넘기고 안정을 찾고 있지만 미국의 주택 시장은 바닥을 찍고 회복으로 돌아서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고 뉴욕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주택 시장 회복에 대한 미국민의 간절한 기대에도 불구하고 미전국 많은 지역에서 주택 가격은 2009년 후반까지도 계속 하락할 전망이며 경제 침체가 심한 지역에서는 주택시장 침체가 더 오래 갈 위험이 크다고 이 신문은 여러 경제전문가를 인용 보도했다. 팔려고 내놓은 집이 많을수록 매입할 수 있거나 매입하고자 하는 바이어는 더 줄게 되기 때문인데 캘리포니아나 플로리다, 아리조나 등 주택가격이 폭락한 지역에서 바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전국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실업과 임금 하락, 모기지 이자율 상승까지 겹쳐 이미 급감한 바이어를 더 줄여버릴 것이다. 펜실베니아 와튼 경영대학원의 타드 사나이 교수는 주택 가치를 좌우하는 제1의 요소는 소득인데 소득이 하락하면 주택 수요가 하락하게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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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기지 금융 시장 급한 불은 껐지만
주택 가격은 내년 후반에나 상승 가능
차압매물 증가 고용 악화 등 악재 많아


▲모기지 이자율 상승

홈 론 이자율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이자율 인하에도 불구하고 재무부가 구제 금융을 위해 천문학적인 숫자의 자금을 빌린 데 대한 우려 때문에 오히려 상승하고 있다. 30년 고정 이자율은 지난 주 6.75%로 일주사이 거의 0.7%포인트나 급등했다.

▲차압매물 증가

차압주택의 수는 더 늘고 있다. 은행들이 이젠 더 미룰 수 없다는 판단으로 차압주택을 아주 과감하게 처분하기 때문에 매물은 더 쏟아지고 있으며, 빈집 숫자는 반세기 동안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6월 현재 집주인이 살던 빈집이 2.8%에 이르며 렌탈 하우스 10채 중 거의 한 채가 테넌트 없이 비어 있다.

▲고용 소득 악화

이런 와중에 고용과 소득도 악화되고 있다. 실업률은 작년 말 4.4%에서 6.1%로 크게 늘었고 자리를 보존한 직장인들의 임금은 겨우 인플레를 보전하는 수준이다.

▲렌트 대비 여전히 높은 가격


주택 가격이 폭락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높기 때문에 더 내려갈 것이란 주장도 신빙성 있다. 렌트는 주택 가치를 측정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인데 렌트 대비 주택 가격은 지난 역사에 비춰보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마이애미를 예로 들면 주택 가격이 폭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주택 가격은 연간 렌트의 22배에 이를 정도로 여전히 과하게 높다. 지난 20년간의 평균 주택 가격은 연간 렌트의 15배 수준이었다. 렌트에 비춰보면 지금 50만달러인 주택 가격은 34만1,000달러가 돼야 적정하다. 현재 가격에서 한참 더 빠져야 한다는 것이다.
렌트에 비해 주택 소유의 프리미엄은 지난 10년 동안 크게 올라갔다. 특히 동서부 해안지역이 최고로 상승했고 중부지역은 좀 덜했다. 이코노미.컴에 의하면 전국의 많은 지역에서 주택 가격은 여전히 렌트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새크라멘토나 달라스, 캘리포니아 리버사이드 등지에서는 주택 가격이 최근 폭락함으로써 렌트 대비 주택 가격이 어느 정도 정상 수준으로 내렸다.
현재 주택 시장 사정은 2차 대전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최악이다. 경기 침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하락했다. 불과 수년 전 주택 시장이 일반 경제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달아올랐던 것과 정반대로 과도하게 하락하고 있다.
현재 남가주 지역에서 집을 잃고 있는 사람의 상당수는 모기지 융자나 부동산 회사 근무자들이다. 이들은 집을 대폭 업그레이드 하고 넓히는 방식으로 주택에 대한 베팅 액수를 엄청 올렸다. 그런데 불행히도 그것은 잘못된 베팅이었다. 투자는 대실패로 끝났고 지금 그들은 집을 잃고 있는 것이다.

▲모기지 융자

집을 사고 싶어도 융자를 얻을 수 없다는 것도 주택 시장 조기 회복을 가로 막는 또 하나의 이유. 은행 융자가 워낙 어려워 집을 계약했다가도 융자 때문에 무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패니매와 프레디맥이 크레딧이 탁월하지 않고 보통인 경우에는 융자 수수료를 올렸으며 이 높은 수수료는 소비자들에게 그대로 전가돼 실제 모기지 이자는 높아졌다. 플로리다 등지의 경우 크레딧이 보통인 차용인의 이자율은 8%나 된다. 30년 고정 이자율 평균이 6.75%이지만 소비자들의 실제 부담은 이보다 훨씬 높다. 30년 고정 6%로 45만달러를 빌릴 경우 월 페이먼트는 2,700달러이나 이자율이 7%로 올라가면 월페이먼트는 3,000달러가 된다. 이자율이 올라가면 집 사기가 더 어려워지고 주택 가격은 하락하게 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점보 론이 다수를 차지하는 캘리포니아나 뉴욕, 플로리다 등지는 주택 가격이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지역에서는 차압주택 판매가 최근 급증하고 있지만 가격은 더 떨어뜨리고 있다.
은행들이 차압주택을 더 공격적으로 처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압주택 경매 업계에 따르면 은행들은 최근 차압 주택 판매를 더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바이어가 가격을 심하게 후려 쳐도 웬만하면 받아들인다. 예전 같지 않다. 지금은 바이어가 가격을 크게 낮은 수준으로 제시함에도 불구하고 90%가 받아들여진다. 일년 전에는 은행은 바이어들이 제시한 가격을 60%만 수용했을 뿐이다.

▲반등 가능성?

라스베가스의 단독 주택 가격은 2006년 여름 피크에서 이미 34% 하락했으며 샌디에고는 2005년 후반에 비해 31%나 폭락한 상태다. 주택 가격 하락이 결코 즐거운 일이 될 수는 없지만 급락할수록 바닥을 빨리 찍고 털고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UCLA 에드워드 머교수는 지적했다.
계속된 하락으로 캘리포니아 일부 지역에서는 진짜 적정 수준이 됐다. 반등의 디딤돌은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가격이 적정수준이 됐다고 해도 그동안 워낙 고전해 왔기 때문에 적정 수준 이하로 과하게 내려갈 위험도 없지 않다. 플로리다의 포트 마이어스 등 일부 도시는 워낙 내려가 반등의 디딤돌이 마련됐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지만 여전히 가격압박을 받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이곳의 주택가격은 2005년 73만달러하던 것이 40만달러에 팔리고 있다. 44%나 폭락한 가격이다.
<케빈 손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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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시장 반등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가격은 앞으로도 상당 기간 하락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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