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활 한방- 스트레스를 이기자 (2)

2008-11-04 (화) 1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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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년 전 한국에서 한의원을 했을 때 내원하신 50대 후반의 여자 환자분이 생각납니다. 수년 전 남편이 돌아가시고 나서 모든 사회생활을 포기하고 오직 딸 하나를 의지하면서 사시던 중 딸이 혼기가 차서 결혼을 하게 되니 홀로 남은 외로움과 앞으로 살아갈 길이 막막하다는 생각에만 골몰하여,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결국 신체에 이상 반응으로 나타나게 되어 한방치료를 받고자 찾아 오셨습니다. 이 분은 그야말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신체에 영향을 미쳐서 정신적 불안감 외에 우울증과 각 관절 부위에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 소화불량, 두통, 어지러움. 메스꺼움 등의 소화기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서 몸이 붓고 대소변 도 이상이 생긴 상태였습니다.

한의학에서는 마음의 병이 곧 몸의 병이고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정신도 건강할 수 없다는 심신증의 이론이 있는데 바로 이와 같은 경우입니다. 한의학은 질병의 치료뿐만 아니라 예방하는 데에 많은 중점을 두는 의학입니다. 예로부터 미리 질병을 예방하도록 하여 병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의사가 명의라고 할 만큼 질병 예방을 중시하였습니다. 그 예방법 중에서도 으뜸을 마음을 다스리는데 두었으며 마음과 몸이 주고받는 상호 영향을 잘 관찰하여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응용하고 있습니다.

한의학의 특성의 하나인 장상론에서는 오장육부의 생리 영역에 각각의 정신활동과 감정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간장은 분노를, 심장은 기쁨을, 비장은 생각을, 폐장은 슬픔을, 신장은 공포와 놀람을 주관합니다. 다양한 스트레스에 의한 감정적, 정신적, 행동적 반응과 신체장애는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납니다. 오장육부가 하나하나 독립되어 일하는 것이 아니라 한 장부에 이상이 생기면 음양오행의 법칙에 따라서 다른 장부가 영향을 받게 됩니다. 간장이 공격당하면 곧 위장이 따라서 영향 받거나 심장이 영향을 받습니다. 그래서 소화가 안 되거나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러므로 치료도 자연히 오장육부를 편안하게 해주는 치료를 하게 되고 그러면 스트레스가 사라지게 됩니다. 각 개인의 체질적 특성과 정서, 환경적 차이에 따라 변증하여 치료하면 매우 효율적으로 스트레스 병을 관리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환자의 경우도 통증이나 소화불량 등의 국소적 증상에 치료 초점을 맞추었다면 증상이 약간 호전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고통 받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 한의학적 접근은 우선 장부진단에 의해 약해진 장부기능을 도와주며 스트레스와 걱정으로 울체된 기혈의 운행을 풀어주면서 적절한 운동과 본인에게 맞는 종교생활을 권하였고 아울러 문화센터에서 생활영어와 노래를 배우면서 친구들도 사귀게 되어 스트레스를 풀어서 현격하게 좋아진 경우입니다.

한의학의 고서인 황제내경에 보면 “너무 많이 생각하면 마음에 신이 돌아온 채 나가지 않으며 정기가 정체하여 움직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기가 응결한다”고 하였습니다. 오래 고착된 걱정과 사려가 깊으면 의지는 굳어지며 정신은 집중되지만,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되면 몸에 기가 한 곳에 몰려서 풀리지 않는 울결이라는 병리변화가 일어나고 그로 인해 혈도 막히게 되어 통증이 생깁니다. 울체되어 통하지 않으면 열이 생기게 되고 이런 관점으로 한방에서는 스트레스를 화의 작용으로 이해하는데 현대인들은 화기가 범람하는 시대를 살고 있으며 에너지가 위로만 자꾸 몰려가 아래쪽은 비어지고 허해지는 상성하허 상태, 화는 올라가서 내려오지 않고 수는 올라가지 못하고 아래로만 향하는 화승수강 상태가 되어 스트레스가 쌓이고 이상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화병이라고 부릅니다. 침과 부항으로는 막힌 기운을 풀어서 잘 통하게 하여 화기를 조절하고 향부자 팔물탕, 귀비탕, 반하후박탕, 보혈안신탕, 소간해울탕, 온담탕등의 약물치료로 각종 스트레스나 정신적 긴장을 풀어주며 화병을 치료합니다.

조선혜 <동국로얄 한의대 교수>

(213)487-0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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