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월가의 흔들림을 보면서

2008-10-3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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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서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할 수 있고. 자동차를 한 대를 자가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가족은 세계 전체 인구 중에서 10% 안에 드는 부유층에 속한다는 오래 전의 통계가 있습니다. 세계 인구의 90%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최근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발표한 세계 식량현황 지도를 보면, 230여 주권국가 중에서 식량부족이 2.5% 이하인 지역은 미국, 캐나다와 동구권을 뺀 유럽 10개국, 한국, 일본, 호주 등 20개 이내 국가들뿐이고, 나머지 200여 국가들은 모두 심각한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지역으로 분류됩니다. 아프리카 제국들과 몽고, 북한은 절대 다수가 굶주리는 곳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나라들은 세계 인구 10% 안에 드는 삶을 추구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남한은 이미 선진국 수준의 생활을 누리고 있고, 최근에는 중국과 인도, 그리고 구소련의 분산된 국가들과 남미의 여러 국가들의 엄청난 인구가 소위 10% 이내의 풍요를 향하여 달려오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 국민들도 자가용차를 소유하며, 온수에 샤워를 하는 수준의 삶을 자제하거나 양보해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따라서 모든 자본주의 국가는 부를 향한 무한경쟁에 돌입하여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미국의 사회학자 게릿 하딘(Garrett Hardin)은 이미 이 문제에 대한 염려를 ‘공유지의 비극’이란 개념으로 정리하여 내놓았습니다. 한 마을에 공동 소유의 목초지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마을의 몇몇 사람은 이 목초지에 가축을 내놓아 먹임으로 괜찮은 수입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이웃들이 이를 보고만 있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모든 사람들이 이 목초지에 가축을 놓아기르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목초지는 금방 황폐하여지고 말았습니다. 누구도 말릴 수 없는 당연한 경쟁이었지만 그 경쟁은 이 마을 전체의 경제사정을 종전보다 더 어려워지게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공유지의 딜레마(비극)’ 개념입니다.

세계의 목초지(자원)는 한정되어 있는데 모든 인류가 풍요를 누리려고 한다면 자원은 곧 바닥나게 됩니다. 석유가격의 폭등은 중국과 인도의 산업개발 수요에 이미 유전의 한계를 드러내는 현상이라는 점을 알 사람은 다 압니다. 석유가격이 폭등하자 곧이어 식량자원 가격이 폭등하였고 그러한 자원의 한계상황은 물가의 폭등과 주식의 폭락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화폐나 주식은 자원이라는 바탕 위에서 통용이 가능해집니다.

그러나 자원이 부족해지면 그 화폐나 주식은 상대적으로 가치가 떨어지게 됩니다. 돈은 있는데 자원이 귀해지기 때문에 돈의 효용도가 떨어집니다. 지금 뉴욕 월가의 흔들림이 각국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회복의 낌새가 안 보이는 것은 이런 자원부족 사정 때문입니다.

이제는 인류가 물리적, 혹은 제도적으로 풍요를 자제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어쩌면 한 사람이 한 대의 차를 몰고 다니는 일이 강제로 금지 혹은 규제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조치가 목초지의 황폐로 지구라는 마을 전체가 망하는 일을 막기 위한 대책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도 ‘나는 풍요를 누리지만, 너는 가난을 견디라’고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월가의 흔들림은 결국 전 인류에 내핍을 강요하는 구체적인 현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필자는 지금 비관적인 호들갑으로 독자들을 불안하게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의 10%의 풍요를 누린 사람들은 그만큼 잘 살았습니다. 이제 잔치가 끝났으면 자리를 치우고 냉엄한 현실로 돌아가야 합니다. 종이 한 장이라도 헐벗는 사람들과 나누어 쓰기 위하여 아껴야 할 시대가 되었습니다.
송 순 태
(해외동포 원호기구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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