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존중하고 대접해 주어라

2008-10-29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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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한식집을 운영하면서 저녁에 다른 가게에 일식을 배우러 다닐 때의 일이다. 내가 일하던 가게의 사장님은 유난히 종업원들이 먹는 것에 민감했다. 그리고 전날 남았던 음식이던가 아니면 사장님이 먹으라고 하는 음식 이외에는 아무 것이나 먹어서는 안 되었다.

하루는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같이 일하는 멕시칸 종업원이 나를 냉장고 안으로 불러서 새우튀김을 주는 것이었다. 아무 것도 안 먹고 일만 하는 내가 보기 안쓰러웠는지 사장님의 눈을 피해 음식을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나는 겉으로는 웃었지만 참으로 마음이 안 좋았다. 그러면서 나는 우리 가게에서 어떤 사장인가 자문해 보았다. 그러자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나도 종업원들을 존중하고 대접해 주지는 않고 있었다. 제한된 시간 내에 많은 일을 시켜야 내게 이익이 된다는 생각에 종업원들을 몰아붙였고 종업원들에게도 인색한 사장이었다. 하지만 내가 종업원의 입장에서 하찮은 대접을 받고 보니 참으로 그 가게에서 열심히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가 않았다.

그 후부터 나는 종업원들을 존중하고 정당한 대접을 해주려고 노력했다. 우선 종업원들이 먹는 것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투자를 했다. 작은 것을 아끼려다 큰 것을 잃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에 종업원들이 먹고 싶은 음식은 웬만하면 다 먹게 해주었고 가격이 비싼 음식은 재료비 정도만 받고 먹을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종업원을 대하는 내 태도도 바꾸기 시작했다. 같이 일하는 동료라는 마음으로 그들을 존중했다. 우선은 미스터 누구라고 호칭을 바꾸었고 내가 화가 나는 일이 있어도 일하는 순간에는 일단 참고 일이 끝난 후 나도 그리고 종업원도 차분해졌을 때 인격에 관한 것이 아니라 일에 관한 것만 주의를 주었다. 또한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엄격하고 철저하게 일을 배우게 했지만 어느 정도 일이 숙달되어지면 큰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종업원 스스로 열심히 하도록 믿고 일임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종업원들을 먹여 살리는 것이 아니라 그분들이 나를 먹여 살린다는 것을 늘 마음속에 새기기 시작했다.

그 후로 이렇게 변한 내 모습을 보고 종업원들은 어리둥절해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내게 마음을 열고 자기 맡은 일에 예전보다 더 열심을 내주었다. 하지만 같이 일하던 부모님은 내 변화에 반대를 했다. 그래도 나는 사업을 크게 키우려면 사람이 중요하고 내가 종업원을 아끼고 존중하지 않으면 그분들도 절대 최선을 다하지 않을 것이란 확신 때문에 주위의 비난에도 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물론 지난 십여년 동안 나를 서운하게 한 종업원도 있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나를 믿고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일을 해준 종업원들 때문에 지금까지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식당은 주인 혼자서 절대 할 수 없는 노동 집약적인 비즈니스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했듯이 전심을 다하여 일하는 종업원들이 많을 때 성공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절대 사장이라고 군림하려 하면 안 된다.

처음에는 힘들고 회의가 들 수도 있지만 원칙을 가지고 일관되게 종업원들을 섬기면 그분들은 몇 배 아니 몇십 배로 이익을 되돌려 줄 것이다.

이것이 핵심

1. 종업원들을 잘 먹여라. 마음이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먹는 것 때문이다.
2. 존중받고 대접받는 종업원은 손님에게 친절하다.
3. 식당의 가장 큰 자산은 사람이다. 사람에게 투자해라.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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