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기윤실 호루라기- 희망 찾도록 사랑으로 돌보자

2008-10-28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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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유명 연예인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자살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다시 부각되었습니다. 지난해 초 역시 젊은 연예인들이 목숨을 끊었을 때 그들 모두가 크리스천이었기에 한국 교회는 자살예방 운동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는데 이번에 죽은 연예인들과 주위의 절친한 사람들 역시 크리스천이라는 사실이 많은 기독교인들을 당혹스럽게 합니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에 한국에서 약 1만2,000명의 사망원인이 고의적인 자해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숫자는 하루 평균 33명이 자살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미 2006년에 세계에서 자살대국 1위에 오른 한국의 심각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자료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한인 이민사회의 근간의 자료가 없어서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이민 사회 역시 자살에 대한 안전지대가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한 연구진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의 실제 기독교인 중 다섯 명에서 한명 꼴로 자살에 대한 충동을 느끼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절박한 상황 속에서 이민교회는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을 스스로 죽이는 심각한 죄악이기에 구원 받지 못할 것이라는 정죄의 말만이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이들을 자살에서 보호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특히 이들 대부분이 우울증을 앓아온 사람들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심리학자, 정신의학자, 상담가들의 공통적인 진단이 있다면 사람이 적어도 내일에 대한 소망이 있거나 사랑할 대상 혹은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이 있는 한 목숨을 끊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기독교 복음의 핵심을 몇 가지로 표현하는데 그 중 하나는 사랑과 그에 근거한 기쁨과 소망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근간에 일어나고 있는 자살 증후군은 오늘날 교회가 그 본질적 사명을 잘 감당하고 있지 못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 이민 교회와 목회자들이 어떠한 지혜를 가지고 이 문제를 다루어야 할까요.

먼저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의 피로 한 형제자매가 된 하나의 가족임을 느낄 수 있는 실제적인 목회적 계획이 세워져야 합니다. 오늘날 교회의 대형화 추세에 따른 대중 속의 고독이 현시대 교인들이 교회 생활에서 겪고 있는 아픔 중의 하나입니다. 교회는 출석하지만 마땅히 마음을 열고 자신의 고통과 아픔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한인 성도들은 이민 오면서 이미 친지나 친구들로부터 떠나왔기에 사랑의 공동체로부터의 분리를 경험한 사람들입니다. 그렇기에 이민교회는 이들이 교회에서 한 가족으로서의 소속감과 친밀감을 가지고 잘 뿌리내리게 함으로 새로운 사랑의 공동체에 소속되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합니다.

교회가 대형화 되면서 프로그램의 다양화와 발달로 성도들의 영적 요구를 맞추고 있지만 실제로 필요한 개인적 돌봄과 소외된 성도들의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소그룹 사역의 활성화가 이에 대한 대안이 될 것입니다. 담임 목회자가 모든 일을 다 책임질 수 없기에 부교역자들과 평신도 사역자들의 훈련과 사역 참여를 독려해야 합니다.

분주하고 고단한 목회에 힘쓰고 있는 목회자들에게 또 하나의 짐이 지워졌습니다. 그러나 우리 이민 목회자들이 고국에서 들려온 이 아픔의 소식에 담겨 있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겸손히 받아들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합니다. 일 중심적인 목회에서 벗어나 사람 중심적인 목양으로 방향을 틀어 나간다면 내 형제자매가 흘리는 눈물을 많이 줄여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박 혜 성
(아주사퍼시픽 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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