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마음 들여다 보기 - 우울증과 자살

2008-10-2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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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경제적 상황 때문에 불안한 데다가 유명 연예인들의 잇단 자살로 사람들이 마음이 더 뒤숭숭해졌다. 그리고 우울증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다.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으로 고통당하면서도 이렇다고 드러내 놓지 않고 있다가, 유명인의 자살 소식을 접하며 “그 사람이 자살할 수밖에 없던 심정을 난 너무 이해하겠어”하며 공감의 뜻을 표한다.

남의 자살 소식에, 자신의 죽고 싶은 마음을 이해받은 느낌으로 동병상린적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나 할까.
미국 국립정신건강원(NIMH)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매년 평균 20억명이 무드장애(mood disorder)로 고통을 받는다.
무드장애의 주된 병은 우울증과 조울증이다.


세계 건강기구(WHO)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2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우울증이 두 번째로 치명적인 병이 될 것이라 한다. 그리고 치료받지 않은 무드장애자의 6명 중 한 명이 자살을 하게 된다는 통계이다.

대부분의 자살은 우울증 때문이다. 암이나 심장병, 간질환이 깊어지면 죽을 수밖에 없듯이 우울증도 깊어지면 자살이라는 방식으로 죽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은 병사이다. 대부분 사람들은 암과 같이 치명적인 병에 걸리면 살기 위해 백방으로 치료방법을 찾는다.
하지만 우울증은 살고 싶지 않은 병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울증은 암보다 더 치명적인 병이다. 삶의 의미도 재미도 동기도 없어지고 죽고 싶은 마음만 드는 것이다. 그러니까 사랑스런 귀여운 아이들을 두고도 엄마가 자살을 하는 것이다.

우울증은 많은 생리적, 유전적, 환경적 요인들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생기는 무드장애이다. 특히 뇌가 성장하는 발달과정에서 부정적 삶의 경험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상처들로 뇌 구조발달에 영향을 받게 되면 우울증 발병의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예로, 아믹달라(amygdala)는 긴장과 걱정으로 격앙되었던 감정의 기억들을 되살리고, 감정적 표현을 조절하는 기능을 하는 뇌 부위인데, 이것이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되어 우울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또 집중과 감각적 정보를 처리하는 전두엽 부위는 비활성화 되어 우울증을 심화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우울증 환자들은 감정적으로 불쾌한 사건이나 죄책감을 일으키는 일들을 곰곰이 생각하는 경향성을 갖게 되고 그런 생각의 패턴은 다시 CRH 호르몬(스트레스)을 과잉생산하는 불기능을 가져오면서 우울증이 심화된다.

삶에서 오는 충격과 상처를 많이 가진 사람들이 더 우울증에 노출되기 쉽다.
마음의 상처들은 뇌의 구조와 활동, 호르몬 작용 등에 영향을 미쳐 생각을 부정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부정적 인지 작용은 과거와 현재, 또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사건에 초점 맞추어 생각을 곰곰이 곱씹게 하면서 무슨 일을 해도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을 새겨 넣는다.


이런 감정과 생각은 결과적으로 적은 스트레스에도 부정적으로 대처하게 만들기 때문에 더 높은 스트레스를 가져오는 상황을 연출하면서 우울증을 깊게 한다.

모든 병과 마찬가지로 초기 우울 증세를 방치하면 병은 더 깊어진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튼튼한 가족들의 관심과 보살핌이며, 무엇보다도 서로 상처주지 않는 건강한 가정을 가꾸어가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가족 모두가 우울증에 대한 심각성을 자각하고 전문가적인 치료를 받도록 도와주어야한다.

(213)500-0838

서경화 <임상심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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