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생각하는 삶 - 은퇴 후의 일

2008-10-2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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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다 볼가는 상담심리학자이자 심리분석가이다. 일주일에 나흘은 환자를 보고, 하루는 가르치고, 그 외에 개인 운동훈련가(personal trainer)의 지도아래 운동을 한다. 뭐 별로 놀라울 게 없는 평범한 스케줄이다. 그러나 그녀의 나이가 99세라고 한다면?(LA Times에서)

요즘은 100세까지 살고, 앞으로는 125세는 물론 150세까지도 살 수 있는 날이 온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같은 직업을 100년이나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해 보면 아찔한 정도로 지겨울 것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지 않을까.

그러나 그 정도까지는 지금 필자 세대의 사람들이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손 치더라도, 지금 돌아가는 추세로 보면 평균 잡아 90세까지도 능히 활동적인 나이라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그렇다면 정말 내일이라도 하던 일에서 손을 놓고, 천병상 시인의 말처럼 이 재미난 잠깐의 ‘소풍’이라는 인생살이로부터 본향의 집으로 돌아갈 때까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심각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지금 직업인 중에 90세까지 즐기면서 남의 눈치 안 보는 직업을 가진 이가 과연 얼마나 될까? 아마도 전문 직종의 사람들이 사무실을 갖고 있는 경우나 예술인들이, 특히 화가는 혹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세컨드 커리어를 찾을 수밖에 없고 특히 은퇴 후 새로운 일거리를 찾는 것이 요즘 60~70대의 큰 고민거리인 것을 보면 이는 적당히 나중으로 미룰 문제가 아님은 확실하다.

아는 분 중에 은퇴준비를 8년 잡고, 은퇴 후 살 곳과 직업 등을 미리 준비한 분도 계시는가 하면, 마취과 의사였던 한 분은 은퇴 후 병원의 원목이 되어 보람된 일을 하시는 경우도 있다.

또 어떤 분은 은퇴 후 본인이 살고 싶은 조그만 도시에서 직장을 구할 수 있을까 하여 미리 그 곳 시청에 공무원신청을 하고 인터뷰를 했는데 당장 오라고 하여 앞으로의 가능성에 크게 기뻐하였지만 몇 년 후에 오겠노라고 했다고 한다.

필자는 세컨드 커리어를 찾을 때의 조건으로 다섯 가지를 꼽는다.
첫째로는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야 하고, 둘째로는 정말로 기력이 없을 때까지 계속할 수 있는 일이어야 하고, 셋째로는 어느 정도 수입도 물론 있어야 하고, 넷째로는 어떤 형태이든 남을 돕는 것이 궁극적 목표이어야 하며, 마지막으로는 새로운 어떤 경험을 가능케 하는 것이어서 날마다 새로운 진리를 습득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본다.

정말 필자 스스로에게도 질문하는 것은 ‘어떠한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조금 얻고자 하는가?’이다. 이제 겨우 세상의 이치와 삶의 겸허와 배려의 순리를 조금 깨달은 듯 할 때 좋은 기회를 만들어 남을 돕는 일에서 ‘소풍’을 즐기는 일이 남아 있는 듯하다.

로라 전
<전 건강정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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