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엄마의 일기 - 승욱이 이야기

2008-10-25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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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냉랭하다 못해 얼음이다. 요사이 내방에 콕 박혀 있다. 엄마도 언니도 나도 서로 간에 의견을 좁히지 못해 대화를 시도하면 결국 언성이 높아진다. 처음인 것 같다. 이렇게 세 모녀가 한 가지 일을 가지고 서로가 불편해 하는 것이 말이다.

그동안 함께 살며 웃고만 살았는데 뭔가 우리에게 문제가 있는 것 같다. 아줌마 셋이서 분위기가 이러니 애들에게도 영향이 가는 것 같다. 애들도 은근히 눈치를 보고 각자 방에서 할 일을 할 뿐이다.
한 번도 어떤 일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지 않았는데 집을 이사한 후에 계속해서 3파전의 연속이다. 괜히 엄마와 언니에게 섭섭한 생각으로 마음이 편치 않다.

이렇게 며칠을 지냈을까... 토요일, 승욱이가 오는 날이다. 토요사랑의 교실을 마치고 집에 데리고 오니 뭐가 그리 재밌는지 혼자 잘도 논다. 솔직히 승욱이는 얼굴만 봐도 행복 그 자체이다. 점점 키울수록 수월하게 자라주니 열 번 봐도 열 번 예쁜 녀석이 승욱이다. 음악에 맞춰 엉덩이를 실룩실룩 흔들고, 새로운 동작을 하며, 자기 스스로 웃음을 참지 못해 웃는 승욱이를 보니 나도 덩달아 웃음이 새어나오기 시작이다. “그렇게 웃겨? 뭐가 그리 좋은데... 응?”


“키득키득” “흐흐흐” “하하하” 결국 쓰러지듯 웃는 승욱이를 보며 나도 웃음이 터졌다. “하하하... 녀석 뭐가 그리 웃기냐?” 옆에 지켜보고 있던 엄마도 우리 앞을 지나가던 언니도 승욱이 웃는 모습에 웃음이 얼굴에 번진다. “쟤 웃는 것 좀 봐, 어머 어머 정말 재밌게 웃네” 세 모녀가 승욱이 때문에 며칠 만에 서로를 보며 웃는지 모르겠다.

엄마가 하시는 말씀이 “승욱이를 봐라, 뭔 걱정이 있냐. 저렇게 기쁘게 웃고 살아야 하는데 우린 눈을 보면서도 귀를 듣고 있으면서도, 말을 하면서도, 이리 웃지 않고 기쁘지 않게 살고 있으니 반성해야 해” 언니도 “그래. 승욱이를 보면 정말 마음이 정화가 돼. 우리 같이 세상에 찌들어서 찡그리고 있지 않고 항상 웃으니 그냥 보고만 있어도 웃음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는 것 같아”

오래 간만에 엄마와 언니와 내가 대화를 시도했다. 승욱이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대화를 나누니 엉켰던 관계가 술술 풀리기 시작이다. 조금만 서로를 이해하면 문제가 없을텐데, 뭐가 그리 우리를 힘들게 한 걸까.
엄마는 수술 후에 체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여서 조금만 움직여도 피곤해 하신다. 언니는 비즈니스가 잘 되지 않아 신경이 곤두선 상태이고 난 나대로 항상 바쁘고 아이들의 스케줄에 맞춰 뛰느라고 엄마나 언니를 이해해 주지 못해서 우리의 마음에 서로 섭섭함이 쌓인 것이다.

엄마의 집안일을 좀 더 도와드렸어야 하는데, 언니의 마음을 좀 더 편하게 해 주었어야 하는데, 제일 어린 내가 좀 더 움직이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앞으로 잘하겠다고 엄마와 언니에게 말을 하니 아무 것도 아닌 일에 서로 언성을 높인 일이 괜히 부끄럽다 그것도 애들 앞에서.

그런데 이렇게 우리가 편히 앉아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던 계기는 승욱이 때문이었다. 일주일에 한번 승욱이가 집에 오면 다들 웃는다. 그저 승욱이는 웃음을 따라 웃게 하는 것이 승욱이만의 매력인 것 같다. 승욱이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대화를 나누면 해결되지 않을 일이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승욱인 언제나 걱정없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웃음을 웃기 때문이다.
보는 즐거움이 있어 웃는 것일까? 듣는 즐거움이 있어서 웃는 것일까? 말할 수 있어서 웃는 것일까? 뭐가 그리 승욱이를 행복하게 하는지 엄마인 나도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나도 그런 100% 순수 웃음을 갖고 싶다.

‘웃어요 웃어 봐요. 모든 일 잊고서, 웃어요, 웃어 봐요. 좋은 게 좋은 거죠. 웃어요, 웃어 봐요. 모든일 잊고서. 웃어요, 웃어 봐요. 좋은 게 좋은거죠. 좋은 게 좋은거죠. 좋은 게 좋은거죠’
여러분 이 노래 가사처럼 우리함께 활짝 웃어요.

김 민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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