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초대 받은 자만이 들어오라’ (Let the Right One In)

2008-10-24 (금)
크게 작게
★★★★

왕따 소년과 흡혈귀 소녀의 풋사랑

으스스하면서 아름다운 컬트영화
끔찍함과 가슴 따스함을 잘 섞어


고독하고 급우들로부터 왕따 당하는 12세 소년과 동갑내기 소녀 흡혈귀의 풋사랑 로맨틱 공포환상 영화로 스웨덴 작이다. 틴에이지 문턱에 다다른 두 소년소녀 간의 애정과 충실 그리고 주위로부터의 거부를 으스스하면서도 차가운 아름다움 속에 시적으로 묘사한 예술적인 컬트영화다.

끔찍한 것과 가슴 따스한 것을 잘 섞은 어둡고 스산한 분위기의 영화인데 주인공들이 아이들이지만 아이들 영화는 아니다. 연기, 촬영, 음향효과 및 극적 대조를 이루는 흰 눈과 선혈 등의 색채미도 좋다.

홀어머니와 스톡홀름 교외의 서민 아파트에서 단 둘이 사는 하얀 얼굴에 금발인 소년 오스카(칼 헤덴브란트)는 고독한 외톨이. 학교에서 툭하면 망나니들한테 얻어터진다.

이런 오스카에게 이웃 아파트에 새로 이사 온 창백한 피부의 소녀 엘리(리나 레안데르손)가 친구로 나선다. 그런데 나이 먹은 남자 하칸과 둘이 사는 엘리는 밤에만 아파트에서 나오고 또 추위도 타지 않는다.

오스카와 엘리는 둘 다 고독한 처지여서 급속히 친해지는데 엘리가 이사 온 뒤로 동네에서 엽기적 살인사건이 잇달아 일어난다. 그리고 똑똑한 오스카는 얼마 안 있어 엘리가 흡혈귀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러나 이미 오스카의 마음은 엘리로 가득 차 오스카는 엘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둘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가까워지고 엘리는 오스카에게 공격적이 되는 방법을 알려준다.

문제는 엘리가 끊임없이 새 피를 마셔야 하는 점. 엘리를 위해 하칸이 피를 조달하는데 이 장면이 블랙 코미디 분위기를 지닌다. 엘리는 12세 소녀의 몸속에서 살면서 또래의 혼란스런 감정과 이제 막 싹트는 애정을 느끼는 이른 사춘기의 소녀이지만 과연 그녀는 몇 살일까.

끊임없이 이동해야 하는 엘리는 오스카를 남겨 두고 떠난다. 그러나 오스카가 교내 풀에서 세 명의 망나니들로부터 시련을 겪는 순간 엘리가 오스카를 돕기 위해 되돌아온다. 이 장면이 초현실적으로 쇼킹하면서도 웃음이 나온다. 마지막 장면이 콧등이 시큰하게 로맨틱하다. R. 선셋5(323-848-3500), 플레이하우스 7(626-844-6500), 유니버시티 타운센터 6.

<박흥진 편집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