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선교하는 삶-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2008-10-24 (금)
크게 작게
운동 삼아서 새벽마다 그리피스 파크 하이킹 트레일을 걷는다.

걷는 동안에는 설교 말씀 CD를 듣는다. 믿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분들의 말씀을 듣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내가 보지 못한 세계를 새 시각으로 보게 한다. 주님의 마음을 알아 가는데 지침이 된다.

어제는 아프리카 수단에 의사 선교사로 나가신 이태석 신부님의 간증을 들었다. 지난 8월 LA에서 열린 천주교 성령쇄신대회에서 주신 말씀이다.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삶의 이야기는 들을 때마다 나를 새롭게 한다. 이 신부님은 어린 시절부터 성직자가 되기를 꿈꾸다가 먼저 의학을 공부하여 의사가 되었다. 그 후에 다시 소명을 받아 사제 서품을 받고 선교사로 떠나신 분이다. 남부 수단은 내전이 그치지 않는 아프리카 또 하나의 빈곤 지역이다. 이분은 8년째 거기서 산다. 하루에 100~200명의 환자를 돌보고 아이들을 가르친다.


한국 방송에 이 분의 스토리가 소개되고 ‘아프리카의 햇살은 아직도 슬프다’라는 책을 통해서도 알려져 이제는 ‘수단의 슈바이처’라고 불린다.

나는 그분을 수식하는 많은 칭송의 말도 좋아하지만 그분이 직접 말한 선교사역에 대한 표현을 좋아한다. “나는 한 일이 없습니다. 모든 것을 ‘그분’이 이루셨고 나는 ‘그분’의 역사하심을 보는 것입니다. 내가 그 땅에 가보니 ‘그분’이 이미 다녀 가셨더라구요…” 극심한 추위와 더위, 가난, 질병, 전쟁 등등으로 설명되는 아프리카 땅 한끝, 나는 다음 단기선교에 이분을 만나려고 계획 중이다.

아프리카 모얄레 땅에 또 한분, 이원철 선교사는 에티오피아 난민들이 모여드는 국경 빈민지대, 이슬람 교도들이 99%인 지역에 크리스천 기숙학교를 세웠다. 건축자재를 싣고 울퉁불퉁 흙 자갈길을 사나흘씩 걸려서 올라가다가 무장 강도의 총격을 받기도 하고 이슬람 주민들로부터 죽이겠다는 협박도 받았다. 척박한 땅, 가난한 땅에서 ‘사방으로 우겨쌈을 당하여도’(고후4:8) 이 선교사는 항상 행복하게 웃는 표정이다. “하나님이 순교는 아무나 시켜주시나요? 순교 당하면 그것이 영광이지요”라고 말하는 이 분의 맑게 웃는 모습이 그리워서 나는 지금 다음 시즌 비행기표를 알아보고 있다.

또 한 분, 파푸아 뉴기니 타바섬의 홍성호 선교사는 위클리프 성경번역 사역자다. 말은 있으나 글이 없는 타바섬 주민들을 위해 성경 번역을 하고 있는데 지지난 해에 4복음서가 완성되어 봉헌식을 가졌었다. 미국의 명문대 출신, 유수 기업의 엔지니어 출신…. 어떤 화려한 경력도 이분에게는 선교사 직분보다 더 영광스러운 이름은 아니다. 봉헌식이 있던 날, 남태평양의 햇살은 물결처럼 출렁거렸다. 그날 오후, 난생 처음 자기 부족의 언어로 된 성경책을 가슴에 안고 찬양하던 현지인들의 목소리를 잊을 수가 없다. ‘내 영혼이 은총 입어 중한 죄짐 벗고 보니… 주 예수와 동행하니 그 어디나 하늘나라…’ 나는 내년에 이분의 사역지를 다시 방문하려고 한다.

몽골에 계시는 강지헌 선교사도 치과의사이고 키르기르스탄의 이찬우 선교사는 약사 출신이다. 샘(SAM)의 박세록 장로님은 산부인과 의사이다. 이분들이 주님을 안 만났더라면 이 세상의 부와 명예를 함께 누렸을 것이다. 이런 것들을 한낱 스러질 이슬로 여기고 땅끝으로 떠난 선교사님들을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사랑한다.

김 범 수
(치과의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