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 일상, 깨달음- 아, 오바마여!

2008-10-24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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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이변이 없는 한 오바마가 미합중국 대통령에 당선될 모양이다. 정치적으로 그를 지지하든 아니면 반대하든 심지어는 마지막 엄청난 변수가 발생하여 당선되지 못한다 할지라도 이미 그는 미국 역사에 큰 획을 긋는 이정표가 되었다. 어느 분이 “오바마가 당선된다면 종이 주인을 몰아내고 안방을 차지하는 격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충분히 논란이 될 만한 소지가 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그렇다. 흑인들이 미국에 노예로 팔려와 이제 나라의 주인이 되었으니 말이다. 성경의 요셉도 종이 총리가 된 케이스이니까 전혀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요셉의 경우는 훨씬 더 충격적인 일이었다. 종이 직접 총리가 되었으니 말이다.

기독교적으로 볼 때 오바마가 매케인보다 덜 신앙적으로 보이기 때문에 마음이 안 놓인다고 생각하는 순진한 복음주의자들이 많은 것 같다. 그들에게 묻고 싶다. 그 불량한 클린턴 때보다 그토록 경건한 부시 때가 훨씬 더 잘했다고 여전히 주장할 수 있는가? 정치인들의 부패가 교회에 끼친 영향보다 교회가 스스로 저지르는 부패가 훨씬 강하기 때문에 정치의 부패가 교회에 끼어들 여유조차 없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다.

오바마의 등장은 시간의 문제이지 미국에 필연적으로 있고야 말 역사적 사건이다.


오바마의 등장이 미국민 그리고 전세계인에게 미칠 영향력을 몇 가지 상상해 본다. 첫째로 마이너리티의 승리다. 여성인 힐러리나 흑인인 오바마나 모두 마이너리티의 상징이다. 이제 마이너리티가 메이저의 파워를 거머쥐게 되었다. 폭동이나 쿠데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억압의 주체인 백인 세력의 힘을 입어 오히려 그들의 지도자의 자리에 서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백인들의 흑인 노예에 대한 반성이라고 보는 것은 순진한 시각이다. 다만 하나님의 때가 된 것이고 더 신랄하게 분석한다면 백인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하니까 이번에 마이너리티 편에 잠깐 섰을 뿐이다. 사실 마이너리티를 받아들였다기보다는 자신들의 메이저를 굳히기 위해 이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의 마이너리티의 승리가 전 세계에 미칠 정신적 영향이 매우 클 것이다. 소수민족들의 독립의지는 더욱 강해질 것이며 소외된 자들이 받는 개인적 희망의 메시지도 지대할 것이다. 반면에 이러한 마이너리티의 꿈틀거림을 세계적 추세로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미국의 토양과 다른 나라들에서 총싸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마이너리티를 대변하는 정치인이 한번 파워를 잡은 후에는 정치 특성상 메이저로 편입되기 때문에 마이너리티가 만족하는 법이 없다. 신앙 좋은 장로 대통령을 뽑아놓고 만족하는 기독교인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이런 노출이 마이너리티의 순박한 꿈을 오히려 변색시키는 카멜레온 효과를 가져올 부작용도 매우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기에 마이너리티가 대통령이 되었다고 무조건 좋아할 이유도 없다. 마이너리티가 이전보다 더 큰 혜택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로 순진한 생각이다.

오바마의 부상은 우리 한인들에게 큰 소망을 준다. 요셉이 애굽에서 총리가 되고 에스더가 페르시아의 왕비가 되고 다니엘이 바벨론의 장관이 된 것처럼 그가 미국의 대통령이 되는 것처럼 우리의 자손 중에서 하나님의 뜻을 전할 사도가 나올 것을 기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아, 오바마여. 마틴 루터 킹이 부르짖었던 꿈의 선언이 당신에게서 이루어졌듯이, 당신이 외치는 변화의 꿈을 담은 메시지가, 당신에게 던지는 희망의 표가 단지 당신 개인적 꿈을 이루는 것으로 끝나지 말고 또 다른 마이너리티에게 꿈으로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김 홍 덕
(목사·조이장애선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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