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먹는 장사 이렇게 하라- 마음을 실어서 일해라

2008-10-22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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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실어서 일해라

오래 전 처음 식당을 시작했을 때 난 주머니에 항상 작은 전자계산기를 가지고 다녔다.

원가를 생각하고, 이익을 생각하고, 온통 내 머리에는 돈을 많이 벌어야겠다는 다짐으로 가득했다.


그런데 이런 나를 가끔씩 짜증나고 화나게 하는 손님이 있었다. 그 손님은 일주일에 두세 번 꼭 밥 한공기만 사러 우리가게에 왔다. 1달러에 밥 한 공기를 산후에 일회용 젓가락, 숟가락, 그리고 배달 손님을 위하여 담아놓은 김치까지 가져가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손님이라 아무 말도 못했지만 나중에는 나도 손님에게 김치 값은 내라고 말을 했다. 그 손님은 나에게 장사를 쩨쩨하게 한다고 이야기했고, 나도 손님에게 좋은 소리만 하지는 않았다.

또 아주 분주한 점심시간에 와서 늘 물에 레몬을 타 달라고 하는 손님도 있었다. 그리고 그 손님은 요구하고 시키는 것이 다른 손님의 두배가 넘어서 그 손님이 식사를 마치고 떠난 후에는 내 스스로 너무나 지치고 힘들었다. 그러던 중 한번 나는 짜증이 나서 그 손님이 원하는 것을 제대로 안 해드렸고 그 손님은 아주 화가 나서 우리 가게를 떠났다.

아마 그때 이후인 것 같다. 내가 유난히 이익이 얼마 안 되는 음식을 주문하는 손님이나 나를 귀찮게 만드는 손님들에게는 무의식적으로 불친절하게 대하고, 주문을 많이 하거나 팁을 많이 주는 손님에게는 반사적으로 정중하게 대하게 된 것이….

하지만 하루에도 아주 많은 손님들과 접하다 보면 화나고 짜증나는 기분이 유쾌함보다는 내 마음을 더 쉽게 움직였다. 아주 예민해지고 작은 자극에도 쉽게 혈압이 오르는 상태, 그렇지만 억지로 손님 앞에서 웃어야 하는 그 상황이 육체적인 식당일보다 내게는 더 힘들게 느껴졌다.

그러던 어느 날 내 마음속에 문득 돈만 생각하지 말고 일 자체를 즐기며 해보자는 마음이 들었다.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돈으로만 보지 말고 섬김의 대상으로 대해야겠다는 마음도 가졌다. 그리고 난 무엇보다도 하찮
은 것을 팔아주는 손님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예전의 습관이 있어서 그런지 얄밉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지만 그렇게 한 후로 누구에게나 내 마음을 실은 서비스를 할 수 있었다.

또한 내가 느끼기에 귀찮은 일들은 피하려 하지 않고 먼저 주도적으로 열심히 했다.


그것도 처음에는 내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라는 생각에 힘들게도 받아 들여졌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는 자연스럽게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 여러 번 강조했지만 식당 비즈니스는 손님과의 관계가 너무나 중요하다. 그리고 일을 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들은 피하려 하거나 덮어두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한다.

내 경험으로도 손님이 싫어지고 대하기 싫을 때가 있다. 하지만 돈보다는 일 자체를 즐기려는 자세와 귀찮고 짜증나는 일을 마지못해 하는 것이 아닌 더 주도적으로 하다보면 마음을 실은 서비스를 할 수 있게 되고 자연히 식당은 손님으로 가득하게 될 것이다.

이재호 (와우 벤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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